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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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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지음


 87년 이후, 한국은 민주화되었다고 말한다. 즉, 현재 우리는 87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참여와 대표의 위기, 보수적 민주주의의 사회적 결과 등으로 인해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가 일상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차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초기 형성 조건과 제약, 그리고 이후의 사태 전개와 변화를 살펴보어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지난 50여 년의 현대 한국 정치를 소재로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구조, 변화를 다루고 있으며, 문제제기와 현상 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저자는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가 사회적 요구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안락한 보수주의에 젖어 있는 시대 상황이라는 것이다. 참여와 대표의 위기, 보수적 민주주의의 사회적 결과 등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정부들의 무능과 부패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반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젊은 유권자층의 투표율이 하락하고 있는 참여의 문제와 협애한 이념적 대표체제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보수와 극우만을 대표하는 정치적 대표체제로 인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라 할지라도 진보정당 후보에 투표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념적으로 보수적 대표체제를 갖는, 보수독점의 정치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보수적 민주주의의 기원은 국가 형성 과정과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거시 변화의 특징을 통해 찾을 수 있다. 국가 형성에 있어서 냉전반공주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이용되어 왔다.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토대로 국가권력을 강화시킴으로써 기존의 보수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온 것이다. 민주화를 가져오지 못한 민주화 운동은 민주화가 보수적 경로로 진행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조숙한 민주주의를 맞게 되었다. 독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화 운동이 성공하였으나 어떤 내용의 민주화를 추구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분열을 맞게 된 것이다. 이렇듯, 대안적인 이념과 비전을 발전시키고 공유하는데 실패한 민주주의는 민주화 이행의 보수적 종결과 지역 정당 체제를 불러왔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문제, 즉 민주화 이후 20년의 경험을 토대로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형성을 살펴 보면 몇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왜 한국의 민주주의 국가는 무능한가’, ‘시장으로의 전환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시민사회에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특히, 민주화 이후 언론의 역할 확대를 주목해 볼만하다. 여론 형성의 공간인 공론의 장에서 보수적 거대 언론의 역할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언론은 국가 안에서 기존의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보수 헤게모니의 결집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떠맡고 있다. 대표적 보수신문인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신문 구독점유율이 83%에 육박한다는 것을 보아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민주화 과정을 거쳤고,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안착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제도적인 민주화만 이루어졌을 뿐, 여전히 질적인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계급 간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었고, 과거 교육과 근면을 통해 가능했던 사회이동의 기회가 감소하였다. 점차 소득과 교육의 기회가 정비례하고 있어, 중산층 상층과 서민 부분 간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정치는 매우 보수적인 이념적 범위 안에서 기존의 정치 행태를 지속함으로써 사회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정치 계급의 쟁투장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가 문제라고 정치를 없애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없애는 것이다. 즉, 정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정치답게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되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틀 안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으로써 정치는 ‘정치적 대표체제’와 관련이 깊다. 현재 상당수의 한국 유권자는 변화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나 기존 정당들의 현상유지 고수로 인해 유권자의 요구가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성의 문제로 인해 투표 또한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데올로기적 차이가 없는 정당체제의 보수적 민주화로부터 탈피하여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체제가 개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당이 경쟁적인 정치적 대안을 동원하는 대중정당으로 성격이 변모하면 정치적 대표체제에서 대중주권이 실현되고, 투표 참여도 상승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THE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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