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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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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죄 없는 자여,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  ‘나의 값비싼 수업료’  –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하는 즐거움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설렘이요, 기쁨이다. 그러나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했던 일을 실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될 때 기쁨은 당혹감으로 변한다. 그 당혹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당혹감 앞에서 머리는 몽롱해지고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학업을 위한 19세 여대생의 매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나의 값비싼 수업료’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은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2009년 여름 그때의 음울한 기억과 기분이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6년 프랑스와 2009년 대한민국은 분명히 시공간적으로 다르다, 또한 각각의 시공간 속 행위자였던 로라 D.와 ‘P’의 친구는 분명히 다른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프랑스의 로라 D.에게서 2009년 대한민국의 ‘P’의 친구가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여대생 매춘 그 자체의 문제 그리고 여대생 매춘으로부터 야기되는 문제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서 현재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대생 매춘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논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여대생 매춘이라는 것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여대생 매춘이 나타나게 된 요인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자본주의의 급격한 발달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의 모든 욕구, 욕망의 흡수를 통해 자가 증식 하는 자본주의의 속성과 이로부터 야기되는 물질만능주의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이 고도로 상업화된 사회는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자본주의 시장원리는 소비자의 욕구의 무조건적인 수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는 성적 욕망 역시 소비자의 욕구 중 하나로 보며 이것이 바람직한 욕망이든 일탈의 욕망이든 간에 상관없이 수용한다. 이는 욕망의 충족이 인간의 행복이며, 삶의 권리라는 주장을 그 근거로 한다. 이로 인해 도덕적인 관습이나 법률적 제어 장치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자본주의의 폐해 중 하나인 물질만능주의가 결합되어 여대생 매춘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인터넷과 무선통신의 발달이다. 과거의 집창촌 시절이 지난 오늘날, 매춘행위는 더욱더 성행하고 있다. 인류학자이며 정치학자인 자닌 모수즈-나보는 그의 저서에서, 이제부터는 다양한 상황의 매춘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매춘행위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다양한 장소에서 그들의 직업, 규칙, 특수성이나 보수, 단골고객들, 스스로의 강요, 개인적인 목적과 같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매춘행위가 이루어진다. 대학생들은 당연히 이러한 상황들을 피하지 않고 매춘행위를 하는데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전문적인 매춘행위와는 다른 아마추어 매춘행위를 좀 더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로라 D.가 행했던 포주 없이 독자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가끔씩 매춘을 하는 경우이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요인으로 나타난 여대생 매춘이 내포한 사회 문제를 ‘나의 값비싼 수업료’를 통해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사회보장의 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계층, 특히 도시빈민여성에 대한 취약성이다. 로라 D.는 도움을 받을 정도로 충분히 가난하지도 않고, 부자와 격을 같이 하기엔 너무나 먼 거리에 있는 많은 학생들 중 하나다. 제도상의 규정이나 기준에 의하면 그녀의 가정은 가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부모님은 둘 다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조달해 줄 충분한 소득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사람의 최저임금으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녀의 가족들이 생활비를 줄여야만 한다. 그나마 부모와 함께 생활을 할 때면 경제적 부담이 덜하지만 학업을 위해 외딴 도시에서 홀로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압박은 배가 된다.

 

 로라 D.의 도시빈민화는 V에 상경한 직후부터 바로 진행되었다. 당장에 머물 곳부터가 문제가 되었다. 그녀는 장학금을 탈 수 있는 조건도 되지 않았고, 어떠한 기관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부모 역시 매달 200유로씩 집세를 내줄 능력이 없었다. 주택보조도 받을 수 없었기에 일을 찾거나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남자친구인 마누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한 로라 D.는 이후 교통비 문제, 교재비 문제, 식사비 문제 등 끊임없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다.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텔레마케팅과 음식점 서빙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지만 점점 체중은 줄어가고 휴대전화는 정지당했다. ‘먹기 위해, 공부하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 것에 분노했다.’라는 구절은 도시빈민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상태를 잘 나타내준다. 숨통을 조여 오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찾아간 Cours (프랑스대학조합)에서 로라 D.는 다시한번 절망을 한다. Cours에서 그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Cours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티켓을 제공하는 것 뿐 이었다. 그녀가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노숙자들이 이용하는 ‘마음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밖에 없었다.

 

 로라 D.와 노숙자는 엄연히 다른 형태의 사회보장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 둘을 하나로 묶는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와 제도가 사회의 속한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해야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존재함을 보여준다. 현실에서의 경제적 어려움은 학업에 대한 포기와 실패로 연결이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여대생들이 선택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매춘이 되는 것이다.

 

둘째.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교육비가 가계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다. 현대의 대학은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수용하여 경쟁적이고 상업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 교육의 상업화도 문제지만 상업화에 따른 교육비 증가가 더 큰 문제가 된다.

 

 인적자본이론에 따르면 대학교육은 인적자본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투자행위이다. 인적자본이란 기계설비 등과 같은 물적 자본이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경험, 기술, 지식, 건강 등을 통칭한다. 인적자본의 가치는 노동력의 질적 측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산력에 대한 대가로 받는 임금과 같이 측정 가능한 단위로 표현된다. (Becker, 1964; Mincer & Polachek, 1974; Schultz, 1961) 동서를 막론하고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것은 대학교육이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야기하여 높은 소득수준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보장하고, 보다 전문적인 지위와 그에 따른 사회적 대우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미래의 기대이익을 위해 현재의 비용을 감수하는 경제적 의사결정이라는 점을 인지할 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교육비는 생애소득에 대한 기대이익을 상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상쇄에 그치지 않고 가계의 다른 소비지출 부분이나 장기적으로 부모의 노후설계에 까지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로라 D.와 같은 중산층 가정이 받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 클 것이다. 실제로 Churaman의 연구에서 보면 영미국가에서 75%의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교육에 재정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프랑스의 경우 2006년 조사 결과 대학생활을 하면서 5년 동안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할 것들 (예를 들면 등록금, 집세, 식비 등) 이 과거에 비해 23%가 증가하였다는 조사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도시여성빈민화가 개인적인 요인으로 매춘으로 이어진다고 한다면 가계에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이에 따른 매춘으로의 귀결은 최소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매춘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그 행위자가 겪게 되는 정신적인 문제이다. 매매춘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고대 그리스 사서에 매춘부의 존재가 처음 등장했고 매춘을 말하는 영어 prostitution도 이때 비롯됐다. 인류의 역사가 가부장적이고 기독교적 특징을 주류로 진행된 탓에 매춘은 늘 어둡고 칙칙한 것이며, 금기와 억압의 대상이었다. 근대 이후 시민성이 확립되고 주 생활 공간이 도시로 이동됨에 따라 매춘에 대한 인식이 표면적으로는 일정부분 긍정성을 띠게 되었다. 도시는 타자와의 만남이 자주 일어나는 공간으로 도시 공동체는 그 어느 때보다 타자와의 공존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매춘이라는 성적 수행과 성적 타자로 존재하는 매춘부에 대한 적대심은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

 

 매춘 여성들은 사적인 영역에만 허용되었던 섹슈얼리티를 시장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상업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있을 곳에 있지 않은 여성, 즉 장소 밖의 타자 혹은 주변인으로 공격됨과 동시에 재생산과 관련되지 않은 잉여적 섹슈얼리티를 수행할 것을 기대 받게 되었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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