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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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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전기 자동차의 세계 정치

    • 등록일
      2024-05-16
    • 조회수
      90

www.naeil.com/news/read/510434 (5/16 현재 유료회원만 링크 열람가능)

 

지난 14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이젠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세계가 숨죽이고 바라보는 형국이다. 몇 년 전부터 보호주의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불안한 세계 정치경제에 본격적으로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불행이 닥칠지 걱정이다.

 

이번에 미국이 발표한 일련의 조치는 양국 간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중국의 전기 자동차 수출에 대해 현재 25%의 관세를 100%로 올리겠다는 충격적인 조치가 대표적이다. 특정 상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정책은 자유무역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셈이다. 미국이 주도해서 만들어낸 80년의 전통을 스스로 깨부수는 모양이다.

 

 

하물며 자동차 산업처럼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발전해 온 상징적 부문에서 취한 조치이기에 놀라울 따름이다. 100%의 관세란 아예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왜 지금 이런 강수를 두게 된 것일까.

 

가장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의 선거 정국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노선으로 경쟁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얼마 전 공표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 여론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득표 전략이다. 바이든의 백악관이 이번에 발표한 관세 정책은 미국 유권자의 반중 정서에 편승하려는 맞불인 셈이다.

 

 

바이든과 민주당 측에서는 자신들의 정책이 트럼프의 무지막지한 총공세보다 스마트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모든 미국 수출을 통제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불공정성이 돋보이는 전략적 상품만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관세는 전기 자동차가 대표적이며 반도체, 태양광 전지 등 미·중 첨단 산업 경쟁의 주요 상품이 대상이다.

 

트럼프의 정책이 중국의 기존 수출에 타격을 가하는 모습이라면, 바이든의 정책은 향후 수출을 방지하는 성격이다. 중국 전기 자동차는 이미 관세가 10% 수준인 유럽 시장의 1/4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나 아직 미국에는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높은 관세 장벽으로 중국의 잠재적 미국 시장 공격을 미리 막아서겠다는 뜻이다.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 미국은 반세기 전에도 아시아의 유사한 도전에 직면했던 적이 있다. 당시는 일본이 매우 효율적인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위협을 가했었다. 그때도 미국은 보호주의적 조치를 통해 일본 자동차의 시장 진출을 막아섰다. 다만 당시는 미국 정부가 일본 업체들과 협의하여 일명 자율수출규제(VER, Voluntary Export Restraints)로 미국 기업을 보호했다.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대미 수출량을 조정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받아 이윤을 높이는 타협안이었다. 미국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치르는 방식은 같으나, 과거에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더 높은 이윤을 남겼던 데 반해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모양이 다르다. 1980년대의 일본은 미국의 지정학적 동맹국이었고, 2020년대의 중국은 경쟁대상이라는 차이점이 정책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중국의 전기 자동차는 골치를 썩인다. 유럽은 미국에 앞서 탄소 감축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따라서 2035년에는 탄소배출 자동차 판매를 아예 금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공표했다. 문제는 현재 세계에서 낮은 가격에 품질 높은 전기 자동차를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세력은 중국이라는 점이다. 유럽의 환경 정책이 성공하려면 중국의 전기 자동차에 의존해야 하고, 그러면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환경 타령 그만하자”며 유럽의 기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앞세우는 배경이다.

 

급기야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에 비판적인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은 6월의 유럽의회 선거와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나서 회사의 미래 전략을 짜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시장과 지정학의 논리를 모두 고려하지 않고서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증거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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