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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총학의 정치적 중립은 허울뿐인 수사

  

숭대시보 1064호(2012.03.19)  

 

   2012년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인터뷰를 뒤늦게 만나 보게 됐다. 학생운동에 살그머니 발은 담가온 내게는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에 대한 총학의 입장이 최대 관심사였다.

   총학의 한대련에 대한 방침은 여론조사 후, 전체대표자학생회의를 통해 한대련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한대련이 예전과 다르게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총학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선 총학이 학내투쟁만으로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후보시절보다 진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총학이 시행하겠다는 여론조사는 얼마만큼 객관적일까? 여론조사의 일반적인 합의는 무작위 표본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가 가장 적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조사를 시행하기엔 총학에는 물리적·금전적 한계가 있다.

   또한 한대련은 창립 초기부터 정치적이었다. 한 대련과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은 실제로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한대련이 예전과 다르게 편향됐다는 뜻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이는 정치적 편향이 허울뿐인 수사라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정치적 중립이 존재하는지 자체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굳이 말하자면 그들이 말하는 정치적 중립은 중대 사안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인데, 침묵하는 것 또한 정치적이다. 문득 나치시대를 다룬 마르틴 니묄러의 <그들이 처음 왔을 때>라는 시가 떠오른다.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편향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로서 정당에 기반하는 체제다. 따라서 학내 투쟁이나 대학생 운동만으로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당에 기반하지 않았던 2008년 촛불시위의 참담한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거리에 100만 명이 모였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운동의 의제가 정당정치로 투입되지 않으면, 운동의 의제는 거리의 허공만을 맴돌게 된다.

  대학생들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정치적이어야 한다. 정치적인 것을 우회해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실체 없는 순수성을 지키려는 소박한(native)시도는 오히려 등록금이나 청년실업 문제의 고립을 낳을 것이다.

  나에게는 한대련이 내거는 의제인 반값등록금의 실현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한 대련이 제시한 반값등록금 의제는 대학들의 자정인하 노력과 학생의 가정소득을 고려하는 국가장학금을 탄생시켰다. 또한 장학금 축소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서울시립대에서는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 운동의 의제가 정치적으로 대표된 사례이자 반값등록금 운동의 성과다. 그러나 현 총학은 무지한 탓인지 그냥 한 대련이 싫은 것인지, 한 대련의 성과마저 무시하는 것 같다.

 

김진두(정치외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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