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의 인도와 시진핑의 중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상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한 브릭스(BRICS) 정상회담과 인도에서 열린 G20 회의는 인도와 중국의 외교 겨루기를 잘 보여주었다.
중국의 시진핑은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며 G20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인도가 주최하는 세계 주요 경제대국 회의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의 G20 참석도 불확실한 상황이었으나 그는 결국 노구(老軀)를 이끌고 인도 회의에 등장함으로써 모디 총리의 체면을 세워줬다. 미국과 중국의 실질적 권력자가 빠진 G20은 국제적 관심을 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달 22-24일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회의는 획기적인 회원국의 확대를 결정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국명의 첫 문자를 따서 만든 BRICS는 지구촌의 신흥경제 가운데 규모가 큰 나라의 모임으로 출범했다. 북미, 유럽, 일본으로 대표되는 G7이 선진경제의 클럽이라면 브릭스는 개발도상국의 대표 클럽인 셈이었다.
이번 2023년 남아공 회의를 통해 브릭스는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대폭 확대했다. 서아시아에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아프리카에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그리고 남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가 동참하게 되었다. 브릭스는 이제 지구촌 인구의 46%를 포괄하는 거대한 집단으로 발전했다. 새로 가입한 서아시아 3국은 석유와 가스의 보고(寶庫)를 형성하며 그 덕분에 풍족한 금융 능력을 보유한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대국이며, 아르헨티나를 통해 남아메리카의 양대 세력이 모두 클럽에 동참하게 되었다.
브릭스의 확대는 중국의 시진핑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외교의 결과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 확대를 통해 서구 중심 세계 경제의 대안적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 거대한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적 협력도 중요하지만 G7이나 IMF, 세계은행 등 서방이 주도하는 경제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달러 중심의 세계 통화질서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의 추구도 중요한 목표다.
다른 한편 인도는 G20 회의에 아프리카연합(AU)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도 공동체의 형식으로 세계 경제포럼에 참여하게 된 모양새다. 인도나 브라질은 대안적 질서를 추구하기보다는 자국이 지구촌 남부의 대변인이나 주도 세력으로 활동하는 데 만족하는 듯하다. 따라서 러시아나 중국보다는 서방에 대해 덜 대립적이고 사안별로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
이처럼 아시아의 두 공룡 중국과 인도는 다자주의 세계 질서의 축으로 성장하면서 중대한 외교 세력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10억이 넘는 인구 대국으로 경제 발전의 궤도에 올라섰고 중국에 이어 인도도 빈곤의 늪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형국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서방과 중국의 대립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만 인도라는 변수는 미래에 점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인도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중국이 공산 독재의 확고한 중앙집권의 대국이라면 인도는 민주적 다양성을 오랜 기간 유지한 특수한 개발도상국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개도국에게 인도는 분명 중국과는 결이 다른 발전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방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사회의 다양성과 최소한의 민주적 성격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인도는 분명 중국과는 다른 개도국의 모델이다.
중국의 전략은 G20처럼 서방이 참여하는 포럼보다는 브릭스 같은 대안적 무대를 선호하는 것이 뚜렷하다. 실제 브릭스에 참여를 희망하는 개도국은 40개국이 넘으며, 실제 이번 남아공 회담에 22개국이 공식 신청을 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왜, 그리고 어떻게 6개국이 선택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경제 대국은 확대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반면 선택받은 사우디는 2024년 초까지 면밀하게 가입 여부나 조건을 검토하겠다면서 오히려 애매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은 친 서방의 노선이 비교적 명확하나 동시에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자주의적 세계 질서의 재편을 보다 큰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