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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내연 엔진과 자동차 문명

    • 등록일
      2022-06-14
    • 조회수
      175
기후 위협 따른 차량 이용 문화 변화 필요
녹색도시 전환 위한 공공서비스 개발 시급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서 선두를 달리는 유럽연합(EU)이 강력한 규제의 칼을 뽑아 들었다. 2035년부터 내연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결정이다. 최근 유럽의회가 내린 이러한 결단은 회원국 정부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남았으나 유럽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수명을 평균 15년으로 볼 때 2035년에 판매를 금지해야 2050년에 매연을 내뿜는 차를 모두 없앨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차를 대신해 자동차가 등장했던 19세기 말에는 여러 종류의 엔진이 경쟁을 벌였다. 증기부터 전기, 압축공기, 수력 등이 다투었으나 기름을 태워 달리는 내연 엔진의 자동차가 효율성을 앞세워 독점적 지위를 결국 차지했다. 우리에게 자동차란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 등 기름을 넣고 달리는 근대 이동성의 상징이 되었으나, 이제 내연 엔진의 종말과 함께 점차 주유소는 사라지고 전기자동차를 위한 충전소가 이를 대체할 예정이다.

 

친환경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위해 자동차 회사들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볼보와 벤츠가 2040년에, 그리고 도요타 폴크스바겐 포드 혼다 르노 닛산 등이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름 먹는 하마’ 캐딜락이나 ‘근육질 자동차’ 쉐보레 등으로 유명한 GM조차 2035년 이후에는 내연 엔진 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회사가 새롭게 부상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가는 중국이 새로운 자동차 시대의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기후변화의 위협으로 화석 에너지의 사용을 줄여야 하는 요즘은 실제 자동차 문명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할 기회다. 전기차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단이지만 여전히 거대한 자원 낭비의 근원이다. 내연·전기 막론하고 자동차는 아무리 작은 경차도 1t에 가깝고 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는 2t이 넘는 무게다. 사람들이 당나귀만 타면 되는데 코끼리를 타고 이동하는 셈이다. 5인용 차를 혼자 이용하고 만약에 대비한 짐칸을 늘린 결과다. 개인의 이동이 진정한 목적이라면 자전거나 킥보드, 소형 스쿠터나 전기 카트가 더 적합하다.

 

자동차는 또 고급 브랜드의 비싼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사회적 성공을 과시하는 상징이다. 일부 계층의 천박한 과시욕을 위해 사회가 치르는 비용은 말할 수 없이 높다. 개인들이 주차공간을 놓고 벌이는 분쟁이나 ‘문콕’ 다툼이 뉴스에 가득하다. 한국에서 치명적 교통사고 대부분은 사람과 차가 공유하는 골목길에서 발생한다. 사고를 줄여 인명도 구하고 피곤한 분쟁을 없애는 지름길이 개인 자동차의 소유와 사용을 우리 일상에서 줄이는 일이다.

 

자동차는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고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으나 이제는 공동생활을 오히려 피폐하게 만드는 문명적 부담이 되었다. 특히 대도시에서 자가용은 부작용이 편리성을 크게 짓누르는 존재다. 광범위한 토론과 대폭적인 투자를 통해 이동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공공 서비스를 고민할 때다. 가뜩이나 매연과 소음으로 숨 막히는 현대 대도시에서 도로와 주차장이 차지하는 공간을 아담한 생활시설이나 새들이 지저귀는 녹색 공원으로 전환한다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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