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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럽, ‘중도와 극단의 대립

  

 

  경향신문 | 2014-06-08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의 선거 결과로 유럽정치가 심각한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극단적 반체제 정치세력들이 유럽의회 751석 가운데 10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회기 30석 남짓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부상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UKIP)과 프랑스의 유로 탈퇴를 주장하는 민족전선(FN)은 각각 25%가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였고, 이제는 본격적인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인되었다.

  

변화의 첫걸음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나왔다. 지난 2012년 여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로화를 방어할 것이라는 용기 있는 발언으로 유로 위기를 넘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번에는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성공할지 주목할 일이다.

  

극우의 부상이 가장 충격적이었던 프랑스와 영국의 정치는 사면초가다. 이 두 나라의 집권당은 극우와 야당에 모두 뒤진 3위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영국의 우파 보수당이나 프랑스의 좌파 사회당도 매한가지다.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여 이미 총리를 바꿨던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가진 카드는 더 이상 많지 않다. 내년 5월 총선을 앞둔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유럽연합 정치에서 양국의 목소리는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위상이 선거 결과로 위축되었다면 독일과 이탈리아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우파 기민당이나 이탈리아 렌지 총리의 좌파 민주당은 각각 자국에서 선두를 지키며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2005년 이후 유럽 최강국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이제 유럽연합의 여제로 등극했다. 그리고 신임 집행위원장 임명을 위한 협상에서 결정적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부패와 스캔들의 대명사 베를루스코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이탈리아에서는 40%가 넘는 득표율로 대승리를 거둔 민주당의 39세 렌지 총리가 유럽의 새로운 정치스타가 되었다.

  

이번 선거로 유럽의회에서는 좌우 협력이 더욱 절실하게 되었다. 특히 가장 많은 의석수를 자랑하는 기독교민주주의 계열의 유럽국민당.

  

유럽을 집권하는 중도 세력들 사이에 좌우의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독일에서는 2005~2009년에 이어 2013년 다시 좌우 대연정이 들어섰다. 프랑스 사회당 출신 스트로스 칸은 2007~2011년에 신자유주의 국제통화기금의 총재로 활동했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세계화를 인정하고 관리하자는 세력이 다수를 점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을 결집하여 강력한 도전을 제기하는 극단 세력이 좌우 양편에서 부상하는 형국이다. 21세기의 유럽정치는 좌우의 대립에서 중도와 극단의 대립이라는 무척 위험한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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