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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세네갈, 등록금 걱정은 없다


경향신문 2011-07-10


‘평창 2018.’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발표된 23회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소식은 아프리카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세네갈 다카르에서도 울려퍼졌다. 나는 지금 서부 아프리카의 리더국인 세네갈에 있다. 한 지역을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현지인과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책과 자료, 인터넷 등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지역의 생생한 소리와 숨결을 경험할 수 있다.


여느 빈곤한 개발도상국처럼 세네갈 다카르 역시 황폐함과 활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수도를 누비는 차들은 10~20년 전에 출시된 모델이다. 자칫 충돌이라도 하면 와르르 무너질 듯 찌그러지고 녹슨 데다 차들이 뿜어대는 매연으로 숨조차 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통질서도 엉망이며 경적 소음은 정신을 혼란시킨다.


일부 무지한 사람들이 상상하듯이 아프리카는 정글 속에서 토인이 동물들과 어울려 뛰어다니는 곳이 아니다. 꿈을 품고 거대한 도시로 몰려든 수백만명의 청년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별 기발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심엔 보따리나 널빤지에 각종 상품을 진열해 들고 다니면서 파는 행상이 넘쳐난다. 전화카드부터 담배, 선글라스와 커피 등 없는 것이 없다. 유엔의 새천년 개발목표는 이런 도시빈민을 대폭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세네갈은 대표적으로 국민의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1960년에 독립한 뒤 점차 다당제와 자유선거의 전통을 수립했고, 1980년에는 셍고르 초대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평화적인 정권 교체의 모델을 제공했다. 이후 디우프 대통령이 20년간 집권한 뒤 2000년 선거에서 야당 후보 바드에게 패했고, 이에 승복해 깨끗이 물러남으로써 민주적 여야 정권 교체를 달성했다. 지난달에는 바드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자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며 야당과 시민사회, 대학생이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였고, 이에 정부는 개헌을 포기했다. 지난 5월 이 칼럼에서 다룬 코트디부아르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시민의식은 우리가 쉽사리 얕잡아볼 만한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지역 통합 역시 동아시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깊이 진전되고 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 국가를 중심으로 서아프리카경제화폐연합(UEMOA)의 8개국과 중앙아프리카경제화폐공동체(CEMAC)의 6개국은 프랑 세에프아(CFA)라는 단일 화폐를 사용한다. 이 화폐는 유로와 고정환율을 유지하므로 유로권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유럽에 단일 시장이 있듯이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CEDEAO)는 사람과 상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한다. 유럽 공항이 유럽연합인과 그 외의 사람을 구분하듯, 서부 아프리카 공항은 서아프리카공동체인과 다른 사람들로 구분한다.


다카르에는 대표적인 대학으로 쉐크 안타 디오프 대가 있다. 쉐크 안타 디오프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흑인의 문명권이라는 주장을 펼친 지식인이다. 범아프리카주의의 지적 대부인 셈이다. 7만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거대한 대학에서 밤늦게까지 가로등 불빛에 책을 읽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세네갈은 가난한 나라지만 한국처럼 학생에게 비싼 등록금을 내게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전국에서 몰려온 인재가 등록금 걱정으로 알바를 하지 않으며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것이다.


하계올림픽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는 정보기술(IT) 강국이자 조선·자동차 등 세계 주요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한국을 폄하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또 아프리카를 과장하고 싶지도 않다. 분명 한국은 풍요롭고 아프리카는 가난하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일방적으로 내려다보고, 베풀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아프리카에는 100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외세와의 ‘위계적’ 관계를 배척하는 자존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홍식 ․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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