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바로가기

정치외교학과

메뉴

양식 및 자료

제목 - 설명

 

 『총, 균, 쇠

–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1532년 11월 16일,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간의 가장 강렬한 첫 대면이 이뤄졌다.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마주친 것이다. 아타우알파는 아메리카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그리고 수백만의 백성을 거느린 절대존재였다. 반면에 피사로는 단지 168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낯선 곳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방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잉카의 절대존재 아타우알파는 나약하게 보였던 이방인 피사로의 포로가 되었다.

 

  아타우알파 생포사건은 ‘세계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창’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이는 단지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잡았던 역사적 사실만이 아니라, ‘유라시아에서 건너온 이방인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과의 대면에서 기선을 잡았던 이유’와 더불어 ‘세계의 판도를 결정지었던 근본 원인’까지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문명 간의 충돌에서는 ‘지배문명’과 ‘피지배문명’으로 나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어떤 민족들은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또 어떤 민족들은 정복과 지배의 장본인이 되었다. 그리고 지배문명은 피지배문명보다 불평등하게 더 많은 부와 힘을 가졌다. 어째서 역사의 진행속도와 방향은 이렇게나 달랐고, 아메리카인들을 유럽인들에 의해 도태되고 말았을까? 『총, 균, 쇠 –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생태지리학, 유전학, 언어학, 문화인류학, 생태학, 병리학 등의 학문에 대한 깊고 넓은 접근으로써 현 시대의 문명의 불평등의 기원이 무엇이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불평등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설은 다양하다. 첫째, 기후에 대한 설명방식이 있다. 한대성(寒帶性) 기후는 인간의 창의성과 에너지를 자극하는 효과가 주는 반면, 이에 비해 상당히 무덥고 습한 열대성(熱帶性) 기후는 인간의 능력을 억누른다는 주장이다. 허나 앞선 주장은 10세기 이전만 해도 북유럽의 여러 민족들이 유라시아 문명에 크나큰 공헌을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논박의 틈새를 지닌다. 그들은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유라시아의 따뜻한 곳의 발전된 진보적 산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놓여있었을 뿐이었다.

 

  둘째, 유럽인들이 다른 민족들을 죽이고 정복할 수 있었던 직접적 원인 – 가령, 유럽인들이 총이라는 도구를 개발했다는 사실 – 을 나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단순히 직접적 원인만 밝히는 일차적 설명에 그치면서 “어째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원주민이 아닌 유럽인만 강력한 총기, 병원균, 쇠를 가질 수 있었는지”를 근본적으로 밝혀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셋째, 민족 간의 생리학적 차이가 있다는 설명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방식은 인종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암묵적으로나 명시적으로나 인정하는 논리이다. 인종 내지 민족 간 차이를 설명하는 명백한 증거는 없기에,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다.  차라리 ‘사회적 환경과 교육기회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러나저러나 역사는 민족마다 다르게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여지껏 불평등의 기원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설명은 없었다. 여기서 저자는 불평등의 원인을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환경적 차이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역사의 거대한 경향을 지리적 환경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사와 그다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과학적 지식’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다른 이론들을 향한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인간사회의 경험들과 마주하고 여러 분야의 자료들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인류사를 조망해보자. 지금으로부터 13,000여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불규칙하고 빈한했던 수렵과 채집생활의 신석기시대에 진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사의 첫 번째 혁명인 ‘농업혁명’이 나타났지만, 전 세계 모든 지역을 풍요롭게 만들지는 못했다. 농경에 유리한 기후나 작물화 ․ 가축화할 수 있는 동식물이 많은 지리적으로 우위의 어느 지역에서는 문자와 철기를 가진 산업사회로 진보할 수 있었던 반면, 또 다른 어느 지역에는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서 수렵과 채집에만 머물렀다. 농경사회는 더욱 진보해나갔고, 그러한 출발은 판이하게 다른 도착점에 이르도록 했다. 특히 유라시아 대륙은 유리한 지리적 환경의 수혜를 입은 지역이다. 이로써 이 지역의 사람들은 유리한 환경 아래에서 엄청난 정치적 ․ 과학기술적 발전을 거뒀으며, 남들과는 차별되고 우월한 ‘총, 균, 쇠’를 통해 최고의 성취에 도달했다.

 

  인류사에서는 수많은 문명이 ‘흥하고, 망하고, 성하고, 쇠했다.’ (‘흥망성쇠 興亡盛衰’) 우리 인간은 그 원인, 최소한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효과조차도 정확히 설명해낼 수 없다. 다만 이 책에서 알려주는 ‘그 원인의 하나’인 ‘환경적 차이’를 통해서 인류사의 거대한 지식의 극히 일부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서 알아낸 인류의 진실을 알고 이와 함께 지금껏 설명할 수 없었던 다른 원인들을 찾아내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더 리더 The Reader & Leader :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독서토론모임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