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아이팟,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빌게이츠를 제치고 새로운 성공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애플의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행운의 주인공으로 여기기 쉽지만 그의 삶을 되돌아보면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최초로 퍼스널 컴퓨터 ‘Apple I’과 매킨토시를 성공적으로 출시하지만 수천 개의 응용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IBM 컴퓨터에 밀리게 되고 이에 독선적이고 모험적인 경영 방식에 대한 이사회의 불만까지 더해져 결국 해고당한다. 넥스트를 설립하였으나 재기에 실패하고, 결국 스티브 잡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깨닫게 되면서 애플의 경영자로 복귀하여 애플사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마 지치지 않는 그의 도전정신일 것이다. 계속되는 하락세에 누구보다 힘들었으리라. 그러나 대부분의 PC시장을 차지한 IBM에 굴하지 않고, 그를 절망의 나락 속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던 그 고집스러운 모험심으로 남들이 도전하지 않았던 분야까지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는 끊임없이 창의성을 강조하는데 창조성에 대한 집착은 곧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으로도 이어진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프레젠테이션이 일반적인 프레젠테이션과 같기를 거부한다. 어두운 공간 속 오직 자신만을 비추는 연극 무대 위 주인공이 되어 하나의 완벽한 드라마를 보여주고자 한다. 3-3-3의 트리 구조로 구성된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에피소드나 비유 등과 같은 강력한 오프닝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오프닝은 사람의 첫인상과도 같기 때문에 오프닝을 장악해야 한다.
오프닝에 이어, 최대한으로 텍스트를 줄이고 커다란 폰트를 사용, 메시지를 이미지화하여 시각적 효과를 유지한 채 대화하듯이 본론을 이끌어나간다. 이 때 시각적 보조물 3C(Clear, Clean, Creative)가 중요하다. 시각물의 이유가 명확해야 하고(Clear) 시각물은 깨끗해야 하며(Clean), 청중이 예상치 못했지만 프레젠테이션과 딱 맞는 시각물을 사용해야 한다(Creative)는 것이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끝나면 청중이 프레젠테이션에서 얻은 느낌과 소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인용구를 활용하거나 감성적으로 마무리한다던지,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방식으로 클로징을 짧게 매듭짓는다.
오프닝부터 마무리까지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철저히 청중을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루어진다. 청중이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구글의 부사장인 마리사 마이어가 마케팅담당자에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볼 것을 적극 권유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자칭 ‘예술가’인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터를 아티스트로 비유한다. 아티스트들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보다 객석에 자리한 사람이 훨씬 많으며 공연을 앞두고 공연의 순서를 구상한다. 뿐만 아니라 반드시 리허설을 한다. 청중의 갈채를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 전 많은 준비를 하지만 무대 위에서의 공연은 딱 한번으로 끝이 난다. 공연이 맘에 안 들거나 잘못되어도 다시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 리허설에 많은 정성을 쏟아 붓는다.
무한한 경쟁시대에 접어든 21세기에서는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프레젠터는 청중을 설득하고자 하고 청중은 프레젠터의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남과 다를 바 없는 기존의 방식이 더 이상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는 존 F. 캐네디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 짓는다.
“Victory has a thousand fathers but defeat is an orphan.”
승리를 손에 거머쥐려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패배를 겪게 된다. 프레젠테이션이 바로 그렇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승리하고 성공하려면 그것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전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이야기했던 모든 것들이 완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거나 부족하게 되면 결과를 실패로 끝나고 만다. 완벽해져라! 이것만이 프레젠테이션의 세계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책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스킬만 제시해놨을 뿐 스티브 잡스는 담지 않았다.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하는 것은 독자의 몫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