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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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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역사란 무엇인가 – by E.H.카



        ‘태종태세문단세…….’ 우리에겐 역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쉽게 떠오르는 구절이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맺어진 조약이 무엇인지, 중국에서 과거제를 처음 실시한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등, 많은 ‘사실’들을 잘 외울 줄 알면 역사를 잘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직된 사고방식을 ‘역사가 뭔지는 아니 ‘ 라며 비웃기라도 하는 듯, E. H. 카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 진정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다각도에서 역사를 본질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70년대부터 운동권 의식화 교재 목록의 첫자리를 차지했다는 ‘역사란 무엇인가’ 는 E. H. 카가 1961년 1월부터 3월에 걸쳐 모교 케임브리지 대학 강단에서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으로 연속 강연한 것을 묶어 같은 해 가을에 출판한 것이다.


        ‘단지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고 주장했던 랑케는 후대의 역사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카는 그 일들이 어떠했는가를 누가 말할 수 있냐는 암묵적 질문을 던지면서, 역사의 ‘사실들’은 역사가들이 선택한 것일 뿐임을 주장한다. 모든 역사가들에게 똑같은, 말하자면 역사의 척추를 구성하는 기초적인 사실은 존재하지만, ‘역사적 사실’ 들은 그 시대의 규준에 영향을 받은 역사가들의 해석상의 선택의 결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수백만 명이 루비콘 강을 건넜지만, 역사가들은 카이사르가 건넌 것만을 중요한 것으로 여기듯이 말이다.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며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의 해석과 사실의 선택 및 정돈간의 상호작용은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카는 역사는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라는 자신만의 대답을 제시한다. 역사는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으며,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잇다는 것이다.


        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역사에서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 그리고 그 과정에 맺어지는 역사적 인과관계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이와 관련하여 쉽게 언급될 수 있는 예가 박정희다. 박정희는 대한민국 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고 그 후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룬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박정희라는 개인이 그런 큰 흐름을 일으킨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요구로 인해 그 흐름은 박정희가 없어도 다가올 흐름이었을까  박정희라는 개인과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어느 정도의 인과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카의 분석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카는 본질적으로 사회와 개인은 분리될 수 없고 서로 대립적 존재가 아닌 필수적이고 보완적 존재라고 말한다. 사회와 개인 중에서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질문은 암탉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 속 전후관계를 자신의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의 모형에 잘 짜 맞추는지가 역사가의 능력이라고, 카는 말한다. 시간적인 선후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카는 역사와 과학 그리고 도덕 간의 관계도 제시한다. 역사는 과학과 같이 다양성과 복잡성을 향해서 동시에 통일성과 단순성을 향해 전지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과정이라는 것이 카의 설명이다. 그는 역사가와 과학자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지배를 증진시킨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피력하면서, 역사와 과학간의 공통점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와 도덕에 관해서는 이들 서로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지만, 자신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사생활에 대하여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옆길로 새는 것은 역사가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한다.


        역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폭넓은 질문에 대한 대답의 일부가 된다. 역사는 본질상 변화하는 운동이며 진보하기에 정적인 상태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E. H. 카. 그렇게 역사가 그 시작과 끝은 불분명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듯, 역사가 담고 있는 이 세상 또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이 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이자 우리 삶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우리가 배워야 하는 역사. 무언가를 배우기전에, 배우려고 하는 것이 무언지를 아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 2011. 1. 4  THE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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