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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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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핀란드 사람들의 행복비결

    • 등록일
      2024-04-12
    • 조회수
      111

5만弗대 GDP·선진적 사회안전망 덕분
‘범사에 감사’하는 종교적 뿌리도 영향

 

 

 

유엔에서 발간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 2024’에 따르면 핀란드인은 지구촌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반대로 내전과 사회 혼란, 빈곤의 나락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은 143개국 가운데 제일 불행하다는 결과다. 행복은 미묘한 감정이고 상태이기에 측정이 어렵다. 그래도 여론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행복의 점수를 매긴 결과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 터다.

 

핀란드 사람들이 삶이 행복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요인은 핀란드가 잘사는 나라라는 점이다. 핀란드는 2023년 1인당 국내총생산이 5만달러가 넘는 부국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핀란드보다 부자 나라는 수두룩하다. 대표적으로 8만달러 수준의 미국인들은 그다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해 세계 행복 랭킹에서는 20위 밖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어쩌면 부의 분배나 사회 안정일 수 있다. 핀란드는 주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 민주주의 전통이 강하고 따라서 공공 교육과 보건, 가족 정책 등이 매우 선진적이다. 남녀평등이나 사회적 신뢰의 정도도 독보적으로 높은 사회다. 시민들이 서로를 믿고 정부를 신뢰하며, 큰 걱정 없이 교육과 건강과 가족을 챙길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놀라운 사실은 핀란드가 올해만 행복의 세계 챔피언이 아니라 벌써 몇 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핀란드만 가진 비결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핀란드 행복 문화에서 문득 떠오르는 비밀스러운 답은 사우나다. 핀란드는 인구가 500만명에 불과하나 사우나는 전국적으로 300만개가 넘는다. 모든 고뇌와 걱정을 땀으로 날려버리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찾아오는 것일까.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거의 모든 집에 마련된 성스러운 장소다. 사우나는 긴 겨울을 나는 데 필수적인 장치였으며 임산부가 아이를 낳고,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정결하게 닦는 장소였다. 도시화 과정에서는 건물마다 동네마다 공동 사우나를 만들어 전통을 계승했다. 축제가 되면 가족이 모여, 또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사우나를 즐긴다. 핀란드는 사우나를 포함한 행복 관광 코스를 개발했는가 하면, 과거 한때는 소련의 지도자들을 초청해 땀을 흘리며 국제 관계를 논하는 ‘사우나 외교’도 활발했다.

 

공평한 부자 나라에서 사우나 문화로 마음의 평화를 찾아 행복하다는 해석과는 조금 다른 설명도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개신교의 정신이 사람들의 유전자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모두 반사적으로 행복을 되뇐다는 것이다. 핀란드와 함께 높은 행복 지수를 보여주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모두 루터교가 지배하는 지역이다. 예를 들어 사사건건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습관이 있는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문화 배경이다.

 

 

 

유럽 평균(10만명당 10건)보다 높은 자살률(13건)이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의 통계를 보면 실제로 핀란드인들이 행복한지는 의심이 가기는 한다. 여론 조사에서는 행복하다고 선언하더라도 술독이나 우울증에 빠져 살고 자살하는 사람은 다른 나라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내세우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자기 최면일 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좀 어려운 셈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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