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가자 주민 생존 위협
전화 피해 남쪽에 있는 이집트 갈지 관심 쏠려
코로나19라는 충격적 질병의 태풍에서 인류가 간신히 빠져나오는가 싶으니 이번에는 전쟁의 포화가 사방에서 지구촌을 달구는 형세다. 지난해 동유럽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번에는 서남아시아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전쟁의 화염이 타오르는 중이다.
1948년 이스라엘 수립부터 지금까지 75년이다. 그리고 인티파다, 즉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봉기가 시작한 1987년부터 지금까지 36년이 지났으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은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티파다는 반복되었으나 팔레스타인 건국은커녕 평화로운 삶조차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스라엘과 서방이 주목받아 왔으나 아랍이나 이슬람 주변 국가들도 팔레스타인보다는 자국 이익에만 충실해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아랍 및 이슬람 국가는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의 화해 분위기가 이번 사태의 중요한 배경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갈등은 전쟁으로까지 확산한 바 있다. 서안(西岸·West Bank)지구의 온건 파타 세력과 가자지구의 강경 하마스 세력은 여전히 원수 같은 형제지간이다.
가자지구는 서울시 절반보다 조금 큰 365㎢의 면적에 팔레스타인 주민 220만명이 거주하는 밀도 높은 밀폐된 도시공간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있는 이 공간은 실제 도시의 성격보다는 거대한 난민 캠프나 수용소에 가깝다. 서울 강북 지역을 높은 벽이나 철망으로 둘러쌓아 놓았다고 상상하면 현실에 가깝다.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지배한 하마스 세력은 무기를 저장하고 공습을 피할 수 있는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스라엘로 침투하기 위해 다수의 터널을 건설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무차별적 공격의 목적은 이스라엘이 보복 반격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예상대로 이스라엘은 전쟁 상태를 선포하고 가자지구 공격에 나섰다.
문제는 가자지구에 사는 민간인이다. 민간과 군사 시설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얽혀 있는 가자지구의 특성상 이스라엘의 폭격이나 지상군 투입은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가져올 것이 명백하기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북부 주민 100만명에게 피하라고 경고한 이유다. 하마스가 이들에게 꼼짝 말라고 명령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자지구의 민간인도 하마스에게는 정치·군사적 목적을 위한 인간 방패일 뿐이다.
국제법조차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호하기는 어렵다. 전쟁에 관한 국제인도법에 따르면 민간시설과 민간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금지되었으나 군사적 목표를 공격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는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다. 가자지구에서 민간과 군사지역이 중복되며, 하마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이스라엘 반격의 필요성이 수월하게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열흘 가까이 가자지구에 대해 식량과 전기, 물과 에너지의 공급을 차단했다. 가자 주민은 폭격이나 군사행동을 피하더라도 일상생활이나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가자지구 남부에 있는 이집트로의 출구에 쏠리는 이유다. 가자지구가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 버리면 이집트는 주민이 피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