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벤제마 이어 음바페도 영입 추진
스타선수 만으론 ‘스포츠 메카’ 조성 한계
사우디아라비아가 축구계에 돈 폭탄을 날리며 세계의 스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2022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추앙된 카림 벤제마도 유럽을 떠나 사우디로 갔다. 올여름은 프랑스 대표팀 주장이자 떠오르는 스타 킬리안 음바페를 유혹하기 위해 사우디가 연 수입 1조원을 제시했다는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사우디는 도대체 왜 엄청난 축구 스타 쇼핑에 나선 것일까.
사우디가 내세우는 이유는 미래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비전 2030’이라 불린다. 축구뿐 아니라 골프나 자동차 경주, 복싱 등 다양한 스포츠의 ‘메카’로 발전하여 석유 이후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야심이다. 축구 스타 쇼핑의 주머니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우디의 독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은 축구 투자를 ‘스포츠워싱(세탁)’이라고 평가한다. 중세적 봉건 왕조가 지배하는 나라, 2018년 카슈끄지 사건에서 보듯 반(反)정부의 목소리를 내면 죽여서 절단해버리는 악랄한 정권의 이미지를 스포츠로 세탁하려 한다는 뜻이다.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미국에서 뛰지만, 미소를 팔며 사우디 관광의 홍보 대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 발전이나 이미지 개선은 둘 다 올해 갑자기 폭발하는 사우디 프로 리그 투자의 중요한 배경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서남아시아 지역의 왕실이나 국가 사이 경쟁에서 찾아야 한다. 사우디의 실권을 쥐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를 자극할 만한 두 사건이 최근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다. 뜨거운 사막에서 가을에 개최하는 월드컵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은 세계인의 축제로 성공하면서 카타르는 지구촌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사우디 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누르면서 사우디 청소년의 열광하는 모습은 독재자에게 축구를 통한 정치 기반 강화의 비전을 엿보게 했다.
다른 하나는 2022/23시즌 아랍에미리트의 왕실 자본이 소유하는 영국 맨체스터 시티팀의 트레블 달성이다. 맨시티는 영국 EPL과 FA컵, 그리고 축구계의 지존(至尊)을 가리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카타르 월드컵이 세계의 눈을 서남아로 집중했다면 맨시티의 영광은 이웃 왕조의 부러운 성공담이다.
발끈한 MBS 왕세자는 사우디에서 ‘EPL 짝퉁’을 세워 자존심을 세우려는 듯하다. 하지만 축구 ‘플렉스’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부자나라 미국이 실패했고, 독재의 첨단을 달리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포기한 길이다. 축구는 스타 선수를 모은다고 성공하는 장난이 아니다. 열정적인 관객과 두꺼운 선수층을 동반해야 하고 개인의 창의력을 허용하는 자유 정신과 탄탄한 팀 의식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사우디 독재자의 새로운 취미는 자국 청소년 축구팬에게 일말의 자부심을 줄 수는 있다. 세계적 스타를 자국 리그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타가 만드는 게임은 화병의 꽃처럼 금방 시들 가능성이 크다. 호날두와 메시, 벤제마와 음바페를 만든 비밀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큼이나 팀과 동료와 감독과 서포터즈가 살아 숨 쉬는 경쟁과 협력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