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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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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내일신문]시진핑과 코로나가 돕는 동남아의 업그레이드(22.11.15)

    • 등록일
      2022-11-17
    • 조회수
      154

이번 달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은 동남아다. 캄보디아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세계 주요국 모임인 G20이 열리며, 끝으로 태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주관한다. 상징적으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사이에 첫 대면 정상회의가 이번 다자 외교 무대 케이크의 체리 역할을 한다.

2020년대 들어 동남아의 지정학적 가치는 부쩍 상승했다. 아시아·태평양의 시대에 이어 인도·태평양의 개념이 유행하면서 동남아는 강대국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 되었다. 중국은 동남아를 자신의 앞마당이라고 여기는 한편, 미국은 중국에 대한 주변을 반발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산하려는 심산이다.

동남아의 미래는 지리와 경제를 아우르는 지경학을 고려해도 밝다. 2010년대 미국과 중국이 노골적인 세력 다툼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생산이 대거 동남아로 이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 미·중 무역 분쟁이 시작한 이래 대미 수출에서 가장 커다란 혜택을 본 것은 동남아와 남아시아 국가들이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대미 수출은 60% 늘어났고, 방글라데시와 태국은 80% 증가했으며, 베트남은 170% 규모로 폭발했다. 중국도 대미 수출이 절대적으로는 6% 늘어났으나 미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17%로 줄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시진핑과 코로나가 있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한 이후 개혁개방 시기 최우선 목표였던 경제적 성과보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정치적 위상을 더 중시했다. ‘위대한 미국’을 주장하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충돌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되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대립은 계속되었다. 시진핑과 바이든 모두 완강하게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본격화한 코로나 위기는 중국에 의존하는 생산 사슬의 위험을 세계에 일깨워주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마저도 중국을 위험하다고 여기게 된 계기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코로나 위기 동안 고립의 전략을 선택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21세기의 만리장성이 되었고 중국은 국내 이동조차 어렵게 되었다. 외국 자본과 기업인의 탈(脫)중국 러시가 이미 심각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태세다.

지난달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체제의 강화는 부국강병의 ‘중국몽’을 일장춘몽으로 만드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경제적 실용주의를 버리고 제국적 위력을 선택한다면 서방뿐 아니라 이웃조차 중국을 회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도자의 체면이 정책의 유연성을 가로막으면 정부의 작은 실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산사태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사실 시진핑이라는 정치적 리스크나 코로나라는 보건 위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지속적 발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미국 스탠포드대 스콧 로젤 교수는 중국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진단했다.

일본, 한국, 대만, 아일랜드 등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 도약에 성공한 나라는 모두 일찍부터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의 양성에 나섰었다. 반면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선진국 문턱에서 탈락한 중남미는 교육이 취약했다. 중국은 현재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국민이 30%에 불과해 예전 중진국 시절 동아시아나 중남미보다 낮은 형편이다.

20년 전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멕시코의 노동 집약 산업이 대거 중국으로 옮겨갔듯이, 이제 중국의 산업은 동남아와 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시대다. 삼성의 새로운 생산기지는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이며, 아이폰을 만드는 대만의 폭스콘도 인도 생산기지를 개발하는 중이다.

세계 생산 사슬의 구조 조정이라는 거대한 해류에 시진핑과 코로나라는 강풍이 더해진 모양새다. 미·중 갈등이 구조적으로 굳어갈수록, 그리고 중국이 친구를 만들기보다 근육을 자랑하는 데 열중할수록 동남아는 한동안 뜻밖의 호황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중국이 이웃 지역 발전에 오롯이 공헌하는 셈이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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