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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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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내일신문] 2022년, 중국의 전략적 빈곤 (22.08.09)

    • 등록일
      2022-08-26
    • 조회수
      159

미국의 80대 할머니가 노구를 이끌고 타이베이를 방문하자 강대국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타이완의 평화로운 하늘을 가르는 중공의 미사일이 작은 섬을 넘어 일본의 수역까지 강타했고, 인민해방군의 함선은 아시아의 모범적 민주주의 타이완을 포위하여 무력으로 점령하는 가상훈련을 벌였다.

 

물론 문제의 할머니는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의장이고 1997년 뉴트 깅그리치에 이어 타이완을 방문한 가장 고위의 미국 공직자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의 타이완 방문으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고 타이완의 독립을 부추기는 행위에 나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설사 이런 해석이 옳다고 하더라도 한 인사의 외교적 방문에 총체적 무력 시위로 대응하는 태도는 침소봉대(針小棒大)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과잉반응은 역설적으로 시진핑의 초조함을 드러낸다. 중국은 혼란의 마오쩌둥 시대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하면서 장쩌민, 후진타오 등 특정 지도자의 10년 임기를 제도화했다. 시진핑은 수십 년간 계속된 이 제도를 깨부수고 개인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이며 올해가 결정적인 10년 돌파의 시기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변이로 자랑삼던 ‘제로 코비드’ 정책이 위기에 처했고 그 결과 경제 성장이 심각하게 둔화하면서 지도력에 타격을 받아 좌불안석(坐不安席)의 모양새다.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집착은 일면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역사를 놓고 따져보면 특수한 경우다. 애초 명나라 때까지 관심조차 없던 바다 건너 작은 섬 타이완이 대륙 행정체제에 편입된 해는 뒤늦은 1684년 청나라 시기이며, 이후 일본이 1895년부터 50년간 타이완을 통치했다. 공산 세력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은 단 하루도 타이완을 통치한 적이 없다.

 

중국이 역사적 정통성을 따져 굳이 과거 영토 회복에 나서야 한다면 타이완보다는 현재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헤이룽강 북부나 우수리강 동부의 연해주가 더 적절한 대상이다. 하나의 중국에 타이완이나 신장, 티베트가 포함되어야 한다면 연해주가 빠질 이유는 없다. 만주야말로 17세기 초반부터 중국을 지배한 여진족의 본거지이며 1858년 아이훈조약과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무력에 밀려 외세에 내준 땅이 아닌가. 중국의 정책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약소 세력의 권리를 짓밟는 일은 강대국과 일전을 벌이는 것보다 수월하다. 게다가 러시아 연해주의 인구는 90% 이상이 러시아계다.

 

중국의 관심은 사실 역사도 영토도 아니다. 같은 문화적 뿌리를 가진 타이완이 민주와 번영을 동시에 누리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민주 타이완은 존재 자체로 공산당 독재에 대한 살아있는 위협이다. 중화민국을 부정하고 없애려는 인민공화국 편집증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인류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난 40여 년의 중국 경제발전은 사실 타이완의 견인 역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초기 198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생소한 대륙 시장에 들어가 사업을 벌이고 세계 경제와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 역군은 홍콩과 타이완의 사업가들이다. 미국의 애플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타이완 기업 폭스콘이 대표적 사례다. 이제 대륙이 규모를 키워 부와 세력을 누리자 타이완을 집어삼키겠다고 하니 배은망덕(背恩忘德)이다.

 

무엇보다 무력을 불사하며 세력 확장에 나선 중국의 팽창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 군사력을 동원해 영토를 넓히는 전략은 19세기에나 유행하던 제국주의의 낡은 수법이다. 20세기에 이미 영국과 프랑스는 제국을 포기했고, 독일과 일본도 무력 확장을 포기하고 국토를 축소함으로써 번영을 누렸다. 중국의 때늦은 팽창 욕망은 각주구검(刻舟求劍)인 셈이다.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을 말려 물고기를 잡는 미련함을 지적하는 중국의 사자성어다. 감화를 통해 끌어안아야 하는 타이완을 몽둥이로 패겠다고 협박하니 시진핑 중국의 전략적 빈곤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타이완을 넘어 지구촌 수십억의 눈이 중국의 힘자랑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중국몽은 백년하청(百年河淸, 백년이 지나도 황하의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일 뿐이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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