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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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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코로나와 공존’을 실험하는 유럽

    • 등록일
      2021-09-10
    • 조회수
      225
하루 수만명 확진에도 일상 복귀 선택
시민들, 생로병사의 한 과정으로 인식

‘위드 코로나’? 지난주 프랑스에서 귀국했더니 언뜻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등장했다. 검색으로 그 위드가 ‘함께’를 뜻하는 단순한 영어 단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허탈해졌다. 외래어도 자주 사용해 끌어안으면 한국어를 풍성하게 만든다는 평소 신념이 있지만 위드 코로나의 경우는 좀 수상하다.

 

‘코로나와 함께’, ‘코로나와 공존’ 등 쉽고 경제적인 표현을 피하는 궁색한 이유가 있으리라. 질병의 박멸을 외치던 정부와 사회가 코로나와 공존이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돌아서려면 이를 은폐하는 장치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자기 부정을 감추는 가리개 말이다.

 

영국은 앞장서 방역 조치를 거의 없애고 일상으로 복귀한 나라다. 마스크를 벗어버린 수만명의 팬이 가득 들어찬 영국 축구장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손흥민이 귀국 직전 경기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넣자 열광하는 런던 대중의 모습은 지난 2일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이라크를 맞은 텅 빈 한국 경기장과 대비된다.

 

영국에 이어 덴마크도 일상 복귀를 선언하고 나섰고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뒤따를 태세다. 백신 접종자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심각하게 앓는 경우가 대폭 줄었고, 사망자 수도 급격하게 축소된 덕분이다. 하지만 국민의 백신 접종이 자동으로 일상 복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와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럽은 워낙 많은 확진자와 환자, 사망자를 경험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사회·심리적 저항력이 생겼다. 또 변이 바이러스 열풍에도 불구하고 중증 환자나 사망자 수는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일상으로 돌아가 일시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버틸 만한 사회적 합의가 쉽게 도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매 주말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시위에서 볼 수 있듯 유럽 사회는 정부의 방역 정책과 통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항상 강했다. 개인의 자유나 시위의 권리, 사업자들의 경제적 이익 등 다양한 이유로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살아있었다. 말하자면 코로나와 공존 세력이 탄탄한 기반을 형성한 사회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큰 특징은 문화 전반에 소소히 퍼져있다. 우선 생로병사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백발의 중년도 염색하지 않고 주름살을 제거하는 약물 사용이나 성형수술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 따르더라도 삶이 선사하는 기쁨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듯하다. 위험하지만 바다와 산 등 자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나 극한스포츠를 즐기는 동호인도 많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지금도 여전히 하루 수만명씩 확진자가 나온다. 그래도 일상 복귀를 미루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코로나로 인한 환자나 사망자를 사고나 질병 등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불행의 한 부분으로 이미 인식한다는 말이다.

 

한국은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코로나의 상대적 청정지역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일상 복귀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민의 기대수준은 높아졌고, 일상 복귀의 목소리는 짓눌려 꺼졌으며, 여전히 확진자 수가 국민과 언론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일상화 전환이 힘겨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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