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바로가기

정치외교학과

메뉴

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우주 관광과 혁신의 유전자

    • 등록일
      2021-06-15
    • 조회수
      225

우주개척 사업가들 우주 식민위성도시 건설 꿈
대항해·서부개척시대 도전정신과 닮아

위화의 소설 ‘형제’에서 중국 경제발전이 낳은 졸부 이광두는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2000만달러짜리 우주여행을 떠난다. 이광두는 돈을 잔뜩 벌었지만 어디에 쓸 줄 모르고 방황하는 인물이다. 그는 황금으로 도금한 변기를 사용할 정도로 황당하고 무모한 소비를 상징한다. 2006년 발간된 소설에서 중국 대표 지식인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우주여행이다.

 

그로부터 15년 뒤 우주여행 좌석을 실제 경매에 부친 결과 2800만달러에 팔렸다. 지구 표면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를 몇 분간 바라보는 데 300억원 이상을 계산하는 셈이다. 지난 12일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관광을 위해 세운 블루오리진이라는 회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우주여행 좌석의 경매를 진행했는데 159개국에서 7000명이 넘는 부호들이 참여했다.

 

사실 우주관광을 추진하는 회사는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하나가 아니다. 전기차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도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통해 우주관광 시장에 진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 지구 관광 사업으로 성장한 리처드 브랜슨도 버진 갤럭틱이라는 우주여행사를 통해 우주관광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주를 향한 혁신과 경쟁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자 상거래와 유통의 세계를 뒤바꾼 베이조스와 중대형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머스크, 괴짜 CEO 별명을 달고 다니는 브랜슨이 앞다투어 우주관광에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이미 600여 장의 우주관광 상품 티켓을 판매했고, 내년부터 본격 여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실제 돈을 받고 우주여행을 시켜주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다. 2001년부터 2009년 사이 지구 400km 밖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 가는 소유스 우주선의 한 좌석을 3000만~4000만달러를 받고 팔았었다. 2020년대의 특징은 우주 개발이 드디어 자본주의 혁신과 경쟁 논리의 울타리로 들어왔다는 사실일 것이다.

 

게다가 이들 우주 개척 사업가들은 인류를 위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베이조스의 꿈은 지구 둘레에 인구 100만명 단위의 우주 식민 위성도시를 건설하는 일이다. 머스크는 화성에 지구인의 식민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들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사업을 지구 밖으로 축출할 수도 있고, 천국 같은 기후의 휴양도시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분은 위화와 베이조스의 관점 가운데 어디에 더 가까운가. 우주관광이란 인간의 헛된 욕망을 채우는 낭비적인 장난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는 위대한 계획의 발걸음인가. 개인적 성향이나 세대, 재산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진취적이고 젊고 부자라면 베이조스가 선사하는 기회를 높이 평가하겠지만 보수적이고 나이가 지긋하며 서민이라면 비판적 시각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변수는 문화다. 베이조스, 머스크, 브랜슨은 모두 자본주의를 잉태한 영국과 미국 사람들이다. 목숨을 걸고 재산을 쏟아부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도전 정신은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유럽 사람들부터 서부를 개척한 미국인까지 연결하는 혁신적 자본주의의 유전자라고 할 만하다. 우주 개발도 비슷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