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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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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내일신문]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21.01.19)

    • 등록일
      2021-01-25
    • 조회수
      221

21세기 세계질서의 화두는 확실하게 중국이다. 탈냉전 시기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독보적 세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의 지구적 위기는 중국을 다시 뉴스의 초점으로 불러냈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신속하게 코로나의 통제에 성공한 반면, 미국과 유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니 말이다.

 

2010년대 이미 중국은 미국과 견줄만한 경제세력이 되었다. 상대적 국내총생산의 비교에서 미국을 넘어섰고 명목상의 절대비교에서도 중국이 앞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2020년에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동안 중국은 성장을 지속하여 이제 미국을 따라잡는 순간이 더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2028년쯤이면 중국의 경제규모는 명실상부하게 미국을 넘어설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때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일까.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물론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는 중국이 중심으로 우뚝 서는데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세계를 뒤덮은 시대에는 말이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하드파워, 즉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후자는 전자의 기초가 된지 오래다. 일례로 엄청난 양의 핵탄두를 가진 러시아는 군사 대국이긴 하지만 취약한 경제력 때문에 아무도 세계 중심 세력으로 보지는 않는다.

 

중·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성장의 지속은 그다지 무리한 예측은 아니다. 중국은 아직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미국을 조만간 능가하리라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다. 트럼프 시기가 보여주었듯 세계 경제는 이미 세밀한 사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정치적 대립으로 중국이 갑자기 몰락하는 현실도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지속성이다. 중국 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통의 근본 한계는 인구다. 지금까지 증가하는 인구가 고속경제성장에 기여한 만큼 앞으로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와 국력을 짓누르는 짐이 될 것이다. 2100년 중국의 인구가 7억 정도로 반 토막이 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의 미래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다.

 

고속 성장기에 대부분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중국 역시 심각한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은 여전히 자신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환상을 공식 이념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 사회는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훨씬 불평등한 소득분배와 자산구조를 갖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의 모멘텀이 작동을 멈추는 순간 어떤 사회적, 정치적 폭풍이 불어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발전과 관련된 또 다른 한계는 슘페터가 주목한 혁신 능력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다양한 영역의 혁신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왔다. 새로운 효율적 공정을 개발하고,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우수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선두주자를 추종하는 후발주자였을 뿐이다. 지금부터 중국에 요구되는 혁신 능력은 새로운 욕망을 창출해내는 문화적 힘이다. 세계 자본주의를 리드하는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2030년이 되면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강한 대국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강화된 경제력으로 국제무대에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데 점차 능숙해 질 것이다. 군사력도 당연히 초강대국 수준으로 키울 것이다. 양적 성장과 외교 능력은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계 질서의 중앙에 중국이 있으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지구촌 전체를 리드하는 능력은 다양성과 개방성, 창의력과 포용성에서 비롯된다. 지구인의 새로운 욕망과 꿈을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올 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의 정치체제와 사회구조는 불행히도 여전히 폐쇄적이고 획일적이며, 국제사회에서 보여주는 행태 또한 민족주의적 오만으로 가득 차있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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