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1년 만에 생산 ‘인류의 쾌거’
지구촌 ‘백신 확보’ 불평등 심화는 문제
코로나19라는 역병의 먹구름이 전 세계를 뒤덮은 2020년을 보내고 새해에는 동시다발로 개발에 성공한 백신 덕분에 평상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까다롭기 유명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을 1년 만에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인류의 쾌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백신 접종을 지난 달 말부터 이미 시작했다.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민 백신 접종을 재빨리 진행하여 코로나를 잡아보려 속도 경쟁이 붙은 모양새다. 접종을 신속하게 진행할수록 코로나 피해자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만큼 이제 전 세계는 백신 확보와 접종의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새로운 바이러스 백신을 이처럼 빨리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국제적 경쟁과 막대한 자원의 투자다. 자본주의 세계의 제약 공룡기업들이 대거 개발에 뛰어든 것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경쟁에 동참했다. 지난 8월 러시아와 중국은 제일 먼저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표했지만 아직 선진국 기관의 공인을 받지는 못한 상태다.
국가 자원을 동원하는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달리 서방의 제약회사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자체 조달해야 하는 구조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일찍이 선 구매 계약을 맺어 제약회사에 미래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연합의 승인을 받은 백신은 최첨단 생명기술을 활용한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영국과 인도의 승인만 받은 상태다.
아직 백신 개발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존슨앤드존슨이나 사노피GSK 등의 제품도 주요 선진국과의 구매계약은 이미 맺은 상태다. 선진국들은 어느 기업이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보험에 들 듯 골고루 계약을 맺어 놓은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인구보다 2배나 많은 수량을 계약했고, 영국은 3배, 캐나다의 경우 5배에 달할 정도다. 선 계약의 다른 장점은 저렴한 가격의 확보다. 제일 비싼 모더나 백신은 현재 시가 32∼37달러인데 유럽연합은 절반 정도인 18달러에 구매 계약했다.
백신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지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접종정책을 펴는 것도 큰 과제다. 선진국은 현재 확보한 초기 백신조차 빠르게 접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접종을 위한 개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화이자나 모더나 제품의 경우 보관에 특수 냉동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인구의 16%가 백신 접종을 했을 정도로 신속하게 앞서 나가는 예외적인 경우다. 미국이나 유럽은 영토도 크고 인구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접종 인프라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을 전국적으로 신속하게 마무리하면 멈춘 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질병 통제로 소중한 생명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 불행히도 백신 관련 지구촌의 불평등 또한 심각하다. 선진국은 모두 백신을 선 구매로 확보한 상태고 강대국은 자국 백신을 개발했지만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서 남는 백신을 구걸하거나 중국·러시아의 백신에 기대야 하는 입장이다. 만일 한국 정부도 백신만 미리 확보해 놓았다면 접종은 어느 선진국보다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나만의 착각이고 아쉬움일까.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