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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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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밍크의 수난사(20.11.17.)

    • 등록일
      2020-11-20
    • 조회수
      230

밍크, 자본주의 발전 역사 결정적 역할
동물 생명·복지 배려하는 습관 확산돼야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착한 눈을 가진 소를 상상하지 않듯이 보드라운 털의 코트나 목도리를 만지면서 족제빗과의 살아 있는 동물 밍크를 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윤기가 흐르고 반짝이는 고급 소재를 얻기 위해 인간은 수백 년간 1㎏ 남짓한 밍크라는 작은 동물을 괴롭혀 왔다.

 

가장 최근 덴마크에서는 인간과 밍크 사이에 코로나19 병균을 주고받으면서 변형이 일어나 정부에서 무려 1700만 마리에 달하는 밍크를 몰살하기로 결정했다. 밍크에서 변형된 균이 미래 코로나 백신을 무력화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런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도 덴마크 인구보다 3배 이상 많은 밍크는 인간에게 코로나를 다시 전파할 보균 집단이 될 것이 확실하다. 개인의 영역을 중시하는 동물을 집단으로 철창에 가둬 키우는 마당에 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밍크는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670년 영국 국왕의 헌장을 통해 설립된 허드슨 베이 컴퍼니(HBC)는 19세기까지 200여 년 동안 캐나다 지역을 식민 지배하며 밍크 무역을 발판으로 발전한 회사다. 동인도주식회사가 인도양을 지배하며 후추 무역을 통해 성장했듯이 HBC는 북미에서 밍크를 통해 부를 쌓았던 것이다. 당시 현지 인디언들은 함정을 파놓고 야생 밍크를 잡곤 했는데 유럽인들은 잔인하게 덫으로 짐승을 잡는 방식을 도입했다.

 

북미에서 모피용 밍크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사냥만으로 대량 소비의 물량을 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산은 북미, 소비는 유럽이라는 방정식은 20세기 밍크 축산이 유럽으로 이전하면서 유럽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스칸디나비아와 네덜란드, 폴란드 등이 밍크 축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1980년대부터 유럽에서는 환경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고 자연보호나 동물복지의 차원에서 밍크 축산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다.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모피용 밍크들이 유럽 농장에서 탈출하여 생태계를 교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냄새 때문에 먹지도 못하는 동물을 모피만을 위해 잔인하게 키워 죽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우리에 갇힌 밍크는 인간의 정신병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이며 밍크를 도살할 때는 피가 튀지 않도록 질식사를 시킨다. 업자들은 이것을 ‘인간적(?)’ 도살법이라고 부른다.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등은 이번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밍크 축산을 법으로 금지했다. 네덜란드도 일정을 앞당겨 올해 말까지 사육을 종결하기로 했고, 덴마크에서도 이참에 사육 금지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밍크라면 사족을 못 쓰던 유럽 시장에서 모피가 위기에 처했지만 엄청 큰 시장이 새로 부상하고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은 새롭게 떠오른 세계 모피 시장의 큰손들이다. 중국과 한국이 애호하는 검은 밍크는 21세기 신종으로 캐나다의 특산품이 되었다.

 

소비자의 취향에 대해 토를 달기는 어려운 세상이지만 모피에 대한 뒤늦은 열정은 한 번쯤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애완동물의 보편화로 개고기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은 최근 많이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배려하는 소비 습관을 먹거리뿐 아니라 생활 전체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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