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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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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봉쇄를 가져온 자유(20.11.02.)

    • 등록일
      2020-11-10
    • 조회수
      230

유럽·동아시아 ‘시민의 자유’ 놓고 차이점
공동체 삶의 기본 가치 유지 위해 분투

지난 금요일 자정부터 프랑스 전국이 봉쇄에 돌입했다. 우려하던 코로나19 제2차 유행의 파고가 닥치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수만명 수준으로 늘어났고 의료시설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중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위기와 전국 봉쇄라는 비상사태는 이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상대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면 유럽은 봄에 이어 가을에도 환자 수가 폭발해 봉쇄라는 심각한 지경까지 거듭 이르는 실패의 양상이다. 자세한 방역정책의 비교 연구는 역학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사회과학자의 눈에 가장 확실한 차이는 시민의 자유를 둘러싼 인식과 정책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성역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가능한 범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방역에 우선을 두고 철저한 바이러스 추적 정책을 펴기에 효율적으로 확산 범위를 제한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정부도 아시아처럼 대거 테스트를 통해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밤샘 작업을 강요하며 의료 및 행정 능력을 동원하는 일은 노동과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었다. 접촉자라는 이유만으로 테스트나 강제격리를 시행하는 일도 시민의 반발을 부르기 때문에 권고 사항일 뿐이다. 결국 프랑스의 전략은 전 국민에게 상당히 ‘공평’(?)하게 적용되는 봉쇄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자유의 유럽과 방역의 동아시아’라는 틀은 봉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가격리란 문밖을 나가지 못하는 감금 상태지만 봉쇄의 파리에서는 장보기나 산책 등의 외출이 가능하다. ‘예외적 이동증명서’만 갖고 나가면 된다. 그리고 이 증명서는 자신이 스스로 발행하는 서류다. 다만 주소와 외출 시간을 기록하기 때문에 기회를 남용하다 불시검문에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한 번 외출에 한 가지씩만 먹거리를 산다면 이론상 합법적으로 온종일 나다닐 수도 있다.

 

명백하게 드러나는 봉쇄정책의 철학은 이동의 자유를 철저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는 상황을 줄이자는 전략이다. 마스크를 벗는 실내 활동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음식을 소비하는 바, 카페, 레스토랑 등이 봉쇄의 중요한 표적이 된다. 봉쇄는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 간의 사적 모임을 방지하는 강한 정책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사적 모임을 직접 통제할 수 없으니 이동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 프랑스는 봉쇄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정상 운영한다. 학교 수업의 중단은 취약계층 아동에게 치명적인 학습장애로 반영되어 방역의 득보다 교육의 실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학교야말로 계급 이동의 제일 중요한 통로이자 사다리가 아닌가.

 

한국에서 바라보는 프랑스는 개인의 사소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체가 손해를 보는 소탐대실의 사회였다. 프랑스에 와서 느끼는 코로나19 대응은 방역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삶의 기본이 되는 다양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이 함께 분투하는 모습이다. 방역이란 획일적 목표에 개인의 자유뿐 아니라 노동의 권리나 청소년 교육 등의 가치를 모두 포기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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