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관광·쇼핑 메카에서 날개없는 추락
코로나에 유가마저 하락 막다른 골목에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멈추지 않았다면 다음 달 20일에는 두바이에서 138개국이 참가하는 대규모 만국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월드 엑스포 2020은 서남아시아는 물론 북아프리카와 남아시아를 통틀어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개최하는 행사였다.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중세 거대한 이슬람 세계가 저문 이후, 21세기에 다시 두바이를 앞세워 부활을 꿈꾸는 축제가 될 기회였다.
두바이는 엑스포 같은 국제행사뿐 아니라 외교와 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7개 전통 왕국의 연합 형식을 띠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대표적인 도시로 양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은 국교 정상화라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두바이가 아랍 세계의 앙숙인 이스라엘의 자본과 첨단 기술을 끌어당기는 전략이었다. 아랍에미리트는 또 한국 기술로 지은 바라카 원전을 지난달 가동함으로써 걸프 지역 최초의 원자력 국가로 발돋움했다.
아마 많은 한국인에게 두바이는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기 위해 들르는 경유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1985년 두바이를 근거로 출범한 에미레이트 항공은 적극적인 세계 시장 공략을 통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 왔다. 드디어 2015년 두바이 공항은 런던을 제치고 세계에서 국제 승객이 제일 많은 공항으로 올라섰다. 꾸준한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항공 허브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 3월까지 에미레이트는 270대의 항공기를 동원하여 지구촌 157개 도시에 취항하는 굴지의 여행업 공룡이었다.
두바이는 또 관광과 쇼핑의 메카로 떠올랐다.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는 김에 며칠 휴양하면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획기적인 시설들이 들어섰다.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부르즈칼리파부터 하늘에 뜬 것 같은 수영장, 바다 위에 지은 야자나무 모양의 인공 도시,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쇼핑몰 등이 세계인의 관심과 구미를 당겼다. 두바이는 또 서남아시아에서 제일 커다란 금융시장을 형성하여 돈의 중심으로도 부상했다. 인도 부자들이 뭄바이가 아니라 싱가포르와 두바이에 투자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는 이 모든 화려한 성공의 불길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월드 엑스포는 내년 10월로 연기되었지만 사실 개최되리란 확실한 보장은 없다. 세계 차원에서 비행기 여행이 거의 중단됨으로써 관광, 레저, 쇼핑도 개점휴업 상태다. 코로나로 석유 가격도 하락하고 따라서 걸프 지역의 돈줄이 메말라 금융업도 위험한 지경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거품이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사막 위에 신기루처럼 지은 어마어마한 도시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멈춘 뒤 빚더미에 올라탄 시한폭탄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따르면 두바이의 공공부채는 국민생산의 11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는 이미 에미레이트 항공을 구제하기 위해 20억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글로벌 위기에도 두바이는 부동산이 폭락하여 이웃 아부다비의 재정 도움을 받아야 했다. 두바이처럼 국민들의 생산 능력에 의존하는 경제발전이 아니라 세계화에 편승하여 사람과 자본의 빈번한 이동을 활용하는 전략은 코로나 사태로 당분간 막다른 골목에 이른 듯하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