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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내일신문]코로나 경제위기, 장기전 준비해야(4.10)

    • 등록일
      2020-05-06
    • 조회수
      246

코로나 경제위기, 장기전 준비해야

 
코로나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류의 절반 정도가 자택에 격리되는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심각한 침체와 위기에 빠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40년 동안 승승장구하던 중국경제의 성장이 멈췄고, 미국경제는 보름 사이 천만 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함으로써 20세기 대공황에 버금가는 대량 실업사태를 겪고 있다.
전염병 자체로 인한 공공 보건의 위기뿐 아니라 경제 위기의 여파가 걱정스런 이유다. 낙관적 입장에서는 질병만 통제할 수 있다면 경제는 금방 정상화 될 것이라는 V형 시나리오를 내세운다. 질병 통제 이후에도 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U형 시나리오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비관적 입장에서는 질병과 격리정책의 결과로 인해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망가지는 L형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의 특징을 짚어보자. 첫째, 코로나 위기는 기존의 경제 위기와 달리 실물에서 곧바로 시작된 위기다. 1929년 대공황이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금융에서 시작되어 실물로 옮겨온 경우다. 반면 이번 코로나는 질병 통제를 위한 정부의 인위적인 봉쇄·격리가 실물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것만 풀리면 경제는 정상화 될 것이라는 낙관론의 근거다.
하지만 실물 경제를 직접 때리는 위기는 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량 실업으로 곧바로 연결되고 조금만 지속되면 경제 네트워크의 세포를 붕괴시켜 재기를 어렵게 만들어 버린다. 신속하게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이 거대한 규모의 재정 지원을 결정한 이유다. 미국은 그나마 기축통화 국가라 통화정책까지 동원할 수 있지만 유럽만 해도 분열로 인해 공동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세계화의 혈관을 타고 순식간에 지구를 점령한 코로나 위기는 전 세계적 차원의 회복만이 가능하다. 아시아 위기 때 미국이나 유럽은 위기에서 비켜나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의 회복에 동력을 줄 수 있었다. 2008년 미국발 위기 때 중국은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에 세계적 균형을 잡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 코로나 위기의 경우 세계 전역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제2, 3차의 전염병 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
중국은 강력한 봉쇄와 격리 정책으로 일단 국내에서 질병의 확산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해외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부메랑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시민의 적극적 협조로 성공적인 질병 통제의 사례였던 싱가포르도 이달 들어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 전 세계적 질병 통제만이 경제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보건과 경제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국제 협력이 긴급한데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분열되어 있다. G2를 형성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트럼프 집권 이후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다. 중국은 질병의 근원지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질병을 극복했는가를 선전하며 서구 민주주의 체제를 비난하고 있다. ·중 경쟁이 무역이나 경제의 수준을 넘어 정치 체제의 대립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뜻이다.
서구라는 이름의 가치 연합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 또한 잔인하게 깨졌다.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대서양 관계는 사라지고 서로 의심과 불신의 앙금만 쌓이는 중이다. 유럽인의 미국 입국 금지 조치에 앞서 트럼프는 유럽에 미리 상의하거나 귀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위기 때 등장한 G20과 같은 협력을 이번 코로나 위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이상의 특징을 고려할 때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는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 전역이 코로나로부터 해방되지 못한다면 정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한 희망일 뿐이다. 미래의 곡선이 V, U, L 어떤 형식이든 위기의 기간이 짧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이성적 판단이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식을 고민하여 경제적 파장을 줄이면서 장기전에 대비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를 차분히 준비할 때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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