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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하노이와 파리의 교통(1/20)

    • 등록일
      2020-01-23
    • 조회수
      326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하노이와 파리의 교통

시스템 달라도 똑같은 교통체증 ‘몸살’ / 시민이 원하는 건 편리 중시·환경 보호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하노이에서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는 고층 빌딩과 화려한 상점들, 폭발적으로 늘어난 자동차의 행렬,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촘촘하게 달리는 수많은 오토바이는 역동적인 동남아 대도시의 특징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가방을 등에 멘 어린 학생부터, 눈빛이 날카로운 젊은 청년들, 배가 나온 아저씨부터 화장이 반짝이는 여인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달리듯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혼잡한 거리를 유유자적 운전해 나간다. 긴 운전 경력에도 도무지 핸들을 잡을 용기가 나지 않는 교통 상황이지만, 하노이 시민들은 한 손으로 통화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오토바이를 잘도 몰고 다닌다.

현지 운전자가 모는 차를 타고 주변을 살펴보면서 스릴 만점의 묘한 기분을 만끽한다. 충돌할 것 같으면서도 살며시 피해 나가고 스칠 것 같은데도 접촉만은 방지하는 드라이빙에서 자연적 질서의 묘미를 느꼈다면 무리일까. 그것은 마치 철새가 떼를 지어 근거리에서 비행하면서도 부딪치지 않고, 물고기들이 무리로 헤엄을 치면서도 사고를 내지 않는 이치 같았다.

베트남은 일당 독재의 공산주의 국가지만 도시 교통만큼은 철저한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셈이다. 우측통행이 기본이지만 하노이 시민들이 그걸 제대로 지키는 것은 아니다. 교통량에 따라 중앙선을 침범하기도 하고 차선이 비어 있으면 역주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자유주의 교통이 치러야 하는 가장 큰 대가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숨 막히는 대기 오염이다. 약속 시간을 지키기도 어렵고 마스크 없이 도시를 다니기는 힘들다.

우연히도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이번 주에는 프랑스 파리를 찾게 된다. 프랑스는 부르주아라는 용어를 세상에 선사한 자본주의의 본고장이다. 하지만 도시 교통은 철저하게 공익과 사회성을 중시한다. 파리는 이미 백 년 전에 지하철이라는 현대적 대중교통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에는 근교를 연결하는 급행열차부터 도심의 공영버스체제, 시영 자전거 대여제도, 그리고 버스전용차선까지 선진 교통을 갖추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자동차를 모는 개인에게 지옥을 선사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평상시 파리 대중교통은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세계의 대도시들이 파리 교통 체제를 배우겠다고 달려드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두 달째 파리의 대중교통은 마비 상태다.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철도와 지하철, 그리고 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도시 파리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지하철은 1호선과 14호선 두 노선뿐이다. 완전 자동화로 운전인력 투입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12개 노선은 3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만 운행한다고 하니 시민의 고충은 가히 상상할 만하다. 파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파리 시민도 하노이처럼 오토바이를 한 대씩 장만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노이에서는 조만간 중국 자본이 투입된 첫 번째 지상 도시철도 노선이 운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하노이와 파리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대륙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대도시의 시민이 원하는 교통이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편리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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