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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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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내일신문] 카탈루냐의 소요 사태와 요원한 독립(10/21)

    • 등록일
      2019-10-23
    • 조회수
      637

카탈루냐의 소요 사태와 요원한 독립

 
내일신문 2019.10.21
 
지난 주 격렬한 시위로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 거리가 불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고, 한국의 외교부는 카탈루냐를 여행 자제 지역으로 선포할 정도로 소요 사태가 심각하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유럽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시위는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타협점을 찾아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가 아닌가. 왜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 같은 폭력 시위와 탄압이 벌어지는 것일까.
7세기 통일신라시대부터 하나의 국가가 하나의 민족을 통치해 온 한반도의 역사에 비추어 유럽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긴 역사를 가진 민족국가는 유럽에 무척 드물다.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469년 카스티야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의 페르난도 왕이 결혼하면서부터다. 카스티야란 톨레도, 마드리드 등 이베리아 반도의 내륙지역에 자리 잡은 왕국이었다. 반면 아라곤은 현재의 바르셀로나를 비롯하여 지중해의 섬들과 이탈리아 반도 남부를 지배하는 해양 왕국이었던 것이다.
카스티야와 아라곤, 그리고 갈리시아, 바스크, 나바라, 안달루시아 등 스페인 왕국을 형성하는 다양한 지역은 같은 왕실의 지배를 받더라도 모두 자신만의 언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자의 법체계를 유지할 정도로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16-19세기 스페인 제국은 카스티야의 지배영역이었기 때문에 카스티야 귀족들만이 관료로 임명되곤 했다.
역사적으로 아라곤의 전통을 계승한 카탈루냐 입장에서는 카스티야와 경쟁의식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고,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당시 카탈루냐는 공화주의 세력의 핵심 지역이었다. 내전 이후 극우 프랑코 독재의 40여 년간 마드리드와 카스티야는 권위주의 정권의 중심이었고,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는 독재의 지배와 탄압을 받는 입장이었다.
프랑코 사망 이후 1978년 민주주의 헌법을 만들면서 스페인은 하나의 민족국가임을 선포했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여러 민족 집단(nationality)이 존재함을 인정하였다. 문제는 카탈루냐가 스페인 안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부상했고, 그만큼 독립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긴 역사적 앙금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하고, 동시에 경제적으로 발달하여 재정 능력도 생긴 만큼 독립 운동의 강한 모멘텀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201710월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독립 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하였고, 90%를 넘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독립을 선언하였다. 물론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한 반면, 반대하는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지 않았다. 43%에 불과한 주민투표 참여율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스페인 중앙정부는 자치정부의 인사들을 반란 또는 폭동 선동의 명목으로 기소하였고, 이들에 대한 최종 판결이 이번 달에 나온 것이다. 스페인 대법원은 독립을 추진했던 정치인 9명에게 9-13년의 형을 선포하였다.
카탈루냐에서 독립을 주장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자신들은 독립을 강력하게 원하는데도 스페인이 정부가 힘으로 독립을 막는다는 불만은 대규모 시위나 폭력적 행동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카탈루냐가 원한다고 소속 국가인 스페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립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스페인이 유럽연합의 회원국이라는 사실은 양면성을 갖는다. 하나는 카탈루냐가 독립하더라도 EU의 회원국이면 사실상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관계는 큰 변화가 없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의 국가들은 한 지방이 일방적으로 독립 선포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독립을 희망하는 지방은 유럽에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탈루냐의 일방적 독립운동에 EU 회원국들은 반대하며 스페인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민족국가들의 연대의식이며 카탈루냐 독립이 요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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