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폭스바겐 사기 밝힌 주역들
경향신문 | 2015-10-04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이 벌인 사기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폭스바겐은 자사의 고성능 친환경 차가 지구를 살린다는 이미지를 광고해 왔지만, 사실은 각국의 정부와 소비자를 기만하는 ‘눈속임’ 장치에 의존했다는 사실이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직역하면 ‘국민차’를 의미하는 폭스바겐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세계 고급차의 대명사인 독일의 메르세데스와 BMW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한 경유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한 유럽 자동차 업체들 역시 걱정이 태산이다.
폭스바겐 사태는 충격과 혼란을 안겨준다. ‘자동차는 독일’이라는 등식은 21세기 세계인의 믿음이었다. GM과 도요타를 제치고 폭스바겐이 세계 자동차 생산 1위에 등극한 이유다. 사람들은 안전과 성능과 환경의 모든 측면에서 독일의 기술과 생산능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노사협력도 모범적인 모델로 소개되었다. 또한 녹색당이 강한 독일과 EN-US”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 background: #ffffff; letter-spacing: 0pt; mso-ascii-font-family: 맑은 고딕; mso-font-width: 100%; mso-text-raise: 0pt”>.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경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치명적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은 애써 감추었다. 프랑스에서 경유차의 비중은 3분의 2에 달할 정도인데, ‘덕분에’ 교통량이 늘어나면 파리의 공기는 베이징보다 미세먼지가 많아지는 날도 생겼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 그나마 안심이 되는 부분은 유럽이 은폐하거나 방치하는 ‘더러운 비밀’을 잡아내는 데 미국 사법당국이 보여준 독보적인 역할이다. 얼마 전 미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비리를 포착하여 수사에 나서면서 해묵은 유럽의 부패 커넥션을 압박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물론 순진하게 미국의 사법당국을 세계의 부패를 파헤치는 ‘정의의 사도’라고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매서운 사법 칼날이 세계 거대 자본과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임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역으로 유럽의 규제당국은 미국의 구글과 같은 기업에 대한 반독점 정책에 적극 나서 세계 자본주의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결국 최소한의 사법 독립성을 가진 미국과 유럽연합의 상호 견제가 고삐 풀린 자본주의 관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기회에 미래의 희망은 헌신적이고 전문적인 시민운동과 언론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사법당국의 조사와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환경단체의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 독일에서도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시민단체(ICCT)와 운전자클럽(ADAC), 언론(슈피겔) 등이 협력하여 자동차 실제 주행 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이 제공하고 정부가 인정하며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환경 관련 수치가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공기 오염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원자력의 위험만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벌써 걱정이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