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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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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럽의 난민 수용은 의무

  

  

경향신문 | 2015-08-30

 

유럽이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고속도로변에 버려진 트럭에서 시리아 난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시체 71구가 발견되었다. 그들 중에는 한두 살의 어린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체가 너무 부패하여 악취로 접근 자체가 힘들었다고 한다. 북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유럽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남과 동시에 지중해에서 배의 침몰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만 유럽에 진입한 난민의 수가 이미 30만명에 달하고 그 와중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1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민의 출신지역은 대개 시리아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처럼 내전을 겪고 있는 국가나 에리트레아와 같이 군사독재가 국민을 억압하는 나라들이다. 생존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난민들은 유럽과 같은 선진지역에 진입하기까지 다양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난민을 납치하고 협박하여 갈취하는 조직들이 도처에서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사막지역에는 난민을 고문하여 가족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비즈니스가 유행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난민들이 안전한 유럽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이 같은 절박한 상황 때문이다.

 

난민들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루트는 크게 세 종류다의 비즈니스는 리비아와 같이 내전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된 곳에서 번창하기 마련이다. 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유럽의 변방에서 비교적 손쉽게 육로를 통해 유럽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역에서 활발하다. 최근 지브롤터 해협보다는 이탈리아와 발칸의 다른 두 통로가 적극 작동하는 이유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일은 민주 유럽의 양심이자 의무다. 국제법은 자국으로 돌려보냈을 경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라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난민의 보호와 수용은 세계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유럽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과거 나치즘이나 파시즘으로 많은 난민을 유발했던 독일과 이탈리아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펴는 이유다. 특히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대표적 국가다. 스웨덴 또한 복지국가와 인본주의 사상이 가장 뿌리 깊은 사회답게 수월하게 난민을 수용하는 나라다.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유럽에 진입한 난민들이 기필코 독일이나 스웨덴으로 이동하려는 이유다. 반면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이나 프랑스는 난민 수용에 매우 인색한 나라로 대국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이나 폴란드 역시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커다란 나라지만 난민을 수용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조장해 정치적으로 성장한 극우세력은 난민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독일 구동독 지역에서 신나치 세력이 난민 수용소를 공격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스웨덴에서조차 극우 정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총리가 난민의 유입이 국가의 정체성을 해칠 것이라며 발칸지역과의 국경에 철조망을 쌓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대적인 난민 수용 방침을 밝힌 독일 메르켈 총리의 결단이 돋보이는 이유다. 최근 유럽에서는 지리적 이유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에 집중된 난민 수용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각국 정부는 관대하고 민주적인 국가로서 국제적 명성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국내 정치의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조홍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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