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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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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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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럽의 포퓰리즘 바람

 

 

경향신문 | 2015-03-16

 

유럽에서 포퓰리즘 바람이 심상치 않다. 과거에도 포퓰리즘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포퓰리스트 정당이 집권에 성공하거나 집권에 도전할 만큼의 역량을 키워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월 말 그리스의 극좌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시리자가 집권했고, 프랑스는 오는 322일 지방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즘의 민족전선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에서 시리자의 집권은 유럽은 물론 세계의 초유의 관심사였다. 시리자는 2010년 이후 그리스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트로이카(IMF,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경제 식민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 공약으로 집권했다. 이들과 새로운 협상을 통해 재정긴축에서 탈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유럽과 세계는 협상이 결렬되어 그리스가 유로권에서 탈퇴하는 자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트로이카로부터 지엽적인 조정밖에는 얻어내지 못했다. 이제 시리자는 여론의 실망과 내부적 분열을 관리해야 하는 단계로 돌입했다. 스페인의 극좌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포데모스는 그리스의 시리자가 유럽과 IMF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면 스페인에서도 포데모스의 지지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리자의 한계는 민주적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도 국제정치경제의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의 민족전선은 득표율 제1당으로 부상했다. 당시 기존 정치세력은 유럽선거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저항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거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민족전선이 30% 정도의 기록적 득표율로 제1당의 자리를 굳힐 예정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이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프랑스 정치의 지각변동은 그리스와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주 민족전선의 부상이 가져오는 정치적 위협을 유로권의 국가들에 세일함으로써 그리스와는 달리 커다란 혜택을 얻어냈다. 유로 탈퇴를 주장하는 민족전선의 부상을 막으려면 너무 강한 재정긴축은 피해야 한다는 논리를 피력했다. 원래 유로권의 국가는 국내총생산 대비 3% 이상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규칙을 정해 놓았다. 그러나 프랑스는 올해 4.1%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피하면서 2017년까지 유예기간을 얻어냈다. 이로써 유럽 내 강대국과 약소국의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자살로 이끌 정치인이 될 위험도 있다. 유럽연합의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각국의 포퓰리즘은 앞으로 기세등등해 미래 유럽정치의 지뢰밭을 형성할 예정이다. 특히 청년층(15~24) 실업률이 높은 프랑스(23%)나 이탈리아(39%)의 경우 반유럽, 반세계화의 경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독일(8%)이나 네덜란드(9%)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유럽 내 열악한 국가를 자국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부국 포퓰리즘의 유혹에 노출되었다. 이래저래 경제위기 속에서 28개국을 하나의 연합으로 꾸려나가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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