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승리 못한 집권당에 증시도 출렁여
민주주의 체질 다지는 인도의 미래는 밝아
6월 초 인도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처럼 등락으로 정신이 없었다.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의 집권세력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지난 3일 출구조사에 인도 주가지수 센섹스는 기존의 고점을 뚫고 솟아올라 7만6000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모디의 인도국민당(BJP)이 과반수 의석에 미치지 못했고, 집권 연합의 의석 수도 과반을 간신히 넘겼다는 실제 결과에 4일 센섹스는 7만2000으로 꺼지며 마쳤다. 이날 지수는 한때 7만 선까지 주저앉을 정도로 시장의 실망이 컸다는 소식이다.
원래 주식시장이란 작은 변화나 소문에도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강하다. 2024년 인도 총선의 중요한 결과는 모디 총리와 BJP가 앞으로 5년 동안 세계 정치경제의 공룡 인도를 계속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모디는 인도 역사에서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이후 처음으로 세 번 연속 총리를 맡게 된 지도자로 등극하면서 21세기 인도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것이 확실하다.
물론 모디의 실망은 크다. 기대하던 압승을 거두지 못하고 간신히 제1당의 지위만을 유지했으며, 다른 정당과 연합해야만 계속 집권할 수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결과를 보고 의미 부여에만 열중하는 논객들은 모디가 주도한 경제발전의 사회적 불평등이나 힌두 중심 정체성의 정치 탓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막상 정당 득표율을 분석해 보면 여당 BJP는 37.3에서 36.5%로 약간 후퇴했고, 야당 국민회의는 19.3에서 21%로 조금 발전했을 뿐이다.
선거 결과의 결정적 요인은 소선거구제 및 표의 분포다. 예를 들어 모디의 여당은 원래 지배적이던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50%에서 41%로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많은 의석을 잃었으나, 남부에서는 득표율이 18%에서 24%로 높아져도 의석을 차지할 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디와 BJP는 의석 수라는 선거 결과에서는 밀렸으나 전국적 고른 지지율을 획득하는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모양새다. 너무 성급하게 선거에 의미를 부여하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질서의 관점에서 인도 모디의 연임은 중국 시진핑 3기와 시기적으로 거의 정확하게 맞물리면서 두 나라를 비교하게 만든다. 2013년 주석으로 등장한 시진핑은 공산당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종신(終身) 지도자의 위상을 굳혀가는 중이다. 반면 2014년 경쟁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모디는 간신히 3기를 맞았으나 종신은커녕 다음 선거까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끊임없는 타협과 양보를 해야 하는 처지다.
강력한 리더십의 시진핑과 철저한 통제시스템의 중국은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탄탄한 입지에 이미 올라섰다. 이에 비해 타협과 연합정부 형성의 구도로 밀린 모디, 수억 명의 유권자와 수십 개의 정당이 경쟁하는 민주주의 인도의 미래는 불안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20세기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강력하게 대립하며 경쟁했다. 일사불란한 소련과 자유분방의 미국이 부딪쳐 어떤 결과로 끝났는지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거대한 국가는 일단 경제발전의 궤도에 올라서면 명령보다는 자율, 강제보다는 자발의 에너지를 규합하는 민주체제의 힘이 장기적으로 더 큰 역동성을 발휘한다. 2024 총선의 결과가 모디에게는 실망이지만 인도에는 희망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