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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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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자유말살법’ 추진하는 리버럴 마크롱

    • 등록일
      2020-12-06
    • 조회수
      211

佛 언론 자유 제한 법안에 수십만명 시위
정부 잘못 비판 초정파적 협력 부러워

지난 주말 코로나로 인한 봉쇄 상황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주요 대도시에서는 수십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13만명, 주최 측은 50만명으로 참여 시민 수를 추정했다. 요즘도 매일 1만명 이상씩 코로나 확진자가 집계되는 가운데 무엇이 프랑스 시민들로 하여금 대거 거리로 달려나가게 한 것일까.

 

엠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지난달 20일 의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포괄적 안전법’을 통과시켰다. 경찰이나 군인을 촬영하여 ‘악의적’으로 미디어에 배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만든 것이다. 행동이 아닌 의도를 기준으로 삼는 법은 정부의 자의적 해석을 초래할 뿐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민주적 감시와 통제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시민단체와 언론이 법에 적극 반대하며 시위를 조직하고 나섰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심각한 경찰 폭력 사건들이 발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파리 공화국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이던 난민과 시민단체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한 폭력을 행사했다. 또 경찰 여러 명이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흑인 음악 PD를 직장까지 쫓아가 주먹과 발, 곤봉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감시 카메라에 찍혔다. 인터넷 미디어에 이 장면이 실리자 순식간에 1천만 번 이상 클릭수를 기록했고 경찰 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게 일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정치와 거리를 두던 킬리안 음바페나 앙투안 그리즈만 등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팀의 대중적 스타들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곤란해진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다. 2017년 자유주의자로 당선된 마크롱이 ‘자유말살’(liberticide)의 선봉으로 나섰다는 비판은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와 테러의 양대 위기를 활용해 안정과 질서를 수호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히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셈이다. 2022년 재선을 노리며 안전 지향의 보수표를 노리다 이번 법안으로 자신의 당에서마저 내분이 일기 시작했다.

 

마크롱은 곧바로 경찰 폭력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으로 규정했고 법안을 실무 추진한 내무장관을 방송에 내보내 해당 경찰들이 “공화국의 이미지를 더럽혔다”고 발표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신속한 반응에도 법안에 대한 시민의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수십만명 규모의 시위가 전국에서 발생했으니 마크롱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 경찰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들어 이번 시위를 단순 집회로 막으려 했다. 그러나 행정법원이 시위의 자유를 방역정책이 과도하게 막을 수는 없다며 공화국 광장에서 바스티유 광장까지 시위대의 행진을 허용했다. 게다가 좌우를 망라한 100여 명의 선출직 정치인들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경찰 폭력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증언하겠다며 시위에 참여했다.

 

이번 법안을 둘러싼 논쟁은 프랑스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광장에 경찰 버스로 성을 쌓아 시위를 막는 나라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 이처럼 자유를 외치는 시민의 행렬은 생소하고 놀랍다. 또 소속 진영에 따라 상식도 이성도 마비되는 편 가르기에 익숙한 사람의 눈에 정부의 현저한 잘못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초정파적 협력은 부러울 따름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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