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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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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내일신문] 바이든 시대의 미국과 중국 (20.11.17)

    • 등록일
      2020-11-24
    • 조회수
      245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승리는 국제사회에 안도의 한숨을 선사했다.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70여 년간 보여주었던 책임 있고 강력한 리더의 모습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의 트윗 해고는 물론 미국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시켜버리고 이란과의 핵 협정을 순식간에 와해시키는 등 초지일관 변덕이 심한 꾸러기처럼 행동해 왔다.

 

중국은 2010년대 미국과 본격 경쟁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G2의 관계설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기에 트럼프는 주로 국내 정치적 이유로 ‘중국 때리기’에 앞장섰다. 중국과 초유의 무역전쟁을 벌이는가 하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정치 도구화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그 결과 미·중 관계는 1970년대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제 관계가 바이든의 당선으로 다시 안정적 기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든은 1970년대부터 반세기 가까이 상원의원, 부통령 등을 역임하며 미국 전통 외교를 담당한 대외관계의 아이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 행정부는 국내로 치중된 관심에서 고개를 들어 세계를 바라볼 것이고, 기존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를 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만큼은 앞으로도 적대적인 대립을 예상한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시진핑의 중국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부국굴기를 끝내고 세계 지배의 야욕을 드러내는 초강대국을 지향할 것이고, 따라서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인도, 그리고 대양주의 호주를 동원하는 한편, 유럽까지 더해 중국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 또한 중국에 대한 경각심이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하게 상승했다. 상품과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오만한 위세는 반발심을 자아냈고, 유럽이 앞마당이라고 생각하는 아프리카까지 손길을 뻗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2019년 중국을 체계적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또 올 해 코로나를 겪으면서 지구촌 공급사슬에서 중국에 심각하게 종속되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2021년부터 세계는 미국과 유럽이 주축이 되는 서방의 G7과 중국이 맞서는 총체적 각축의 시대로 돌입하는 것일까. 프랑스 출신 인류학자로 미국에서 평생 활동한 르네 지라르는 ‘모방적 경쟁’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더 나아가 국가도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 보면 상대방을 모방하며 닮아간다는 이론이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투쟁하던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독재자가 되고 반(反)제국주의의 미국이나 소련도 제국주의의 함정에 빠진다. 단지 입장 변화가 반영된 것이 아니라 싸우면서 배우고 동화되었다는 말이다.

 

이 논리에 비춘다면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은 최악의 콤비였던 셈이다. 미국이 좌충우돌 국수주의 ‘막무가내’로 행동했다면 중국 또한 국제사회 눈치 보지 않고 이기적 계획을 추진하는 ‘폭력배’로 군림했다. 트럼프가 미국 흑인들을 이방인 취급하며 탄압하고 동맹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데 열중이었듯이, 시진핑은 중국 위구르족을 범죄자처럼 잡아가두면서 홍콩과 대만을 협박하고 윽박지르는데 서슴지 않았다. 각자의 생각과 계획이 있었겠지만 미·중은 불행히도 지난 4년간 대립하면서 많이 비슷해졌고 닮은꼴이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평화로운 공존은 두 나라뿐 아니라 21세기 인류의 운명에 기본이 되는 초석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새 시대에도 트럼프-시진핑 시절의 투쟁적이고 오만한 중국을 상수로 본다면 실수다. 모방적 경쟁은 악순환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지만 선순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순진하게 중국이 경제발전을 통해 서구식 민주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점진적 개선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면 곤란하다. 트럼프처럼 소외시키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치켜세우고 설득한다면, 그리고 경우에 따라 국제적 힘을 합쳐 조용한 압력을 행사한다면 중국도 변하거나 적어도 적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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