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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이집트 ‘사막 도시’ 건설의 꿈(7/15)

    • 등록일
      2019-07-16
    • 조회수
      391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이집트 ‘사막 도시’ 건설의 꿈

척박한 땅에 인구 650만 新수도 건설 추진 / ‘현대판 파라오’ 계획 사막 기피 민심 바꿀까

파라오가 아니라면 꿈도 꾸기 어려운 거대한 역사(役事)가 이집트 사막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 수도 카이로에서 50km 떨어진 사막에 서울보다 큰 756㎢ 면적에 인구 650만명의 신수도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고대 파라오를 위해 피라미드를 지었듯이 사막의 새로운 수도 또한 시시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1000개가 넘는 모스크와 교회, 2000개의 초·중등학교, 6개의 대학,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빌딩 등 2015년 발표한 ‘비전 2030’의 청사진은 화려하다. 물론 대통령궁은 서대문구만큼 넓은 면적(17㎢)이다.

이집트는 인구가 1억명에 가까운데 영토가 넓어도 대부분은 사막이라 사람들은 나일강 유역의 4% 땅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특히 수도 카이로는 인구가 2000만명에 달해 심각한 사회·환경 문제를 안고 있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인구 집중의 전통이 현대까지 이어진 결과다. 따라서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다.

사막에 현대적인 대도시를 지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의 욕망을 부추긴 것은 아라비아만 국가들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나 아부다비,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은 석유로 벌어들인 오일 머니를 활용해 모래 위에 화려한 도시를 만들었고, 덕분에 국제적 명성을 누리게 되었다. 이웃의 사우디아라비아도 최첨단 도시 네옴(NEOM)이나 엔터테인먼트 도시 끼디야 등을 계획해 추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집트는 아라비아만의 작은 왕국도 아니고 사우디처럼 엄청난 석유자원을 가진 나라도 아니다. 아랍세계를 통틀어 인구가 가장 많은 이집트는 지켜야 할 전통이 있고 탈피하기 어려운 관성이 있다.

이집트의 현대사에서 권위주의 독재자들은 끊임없이 사막에 신도시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예를 들어 40년 전에는 당시 사다트 대통령이 ‘사다트 시티’를 세우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데이비드 심스라는 학자는 ‘이집트 사막의 꿈, 발전인가 재난인가’라는 책에서 1970년대부터 세워진 신도시들이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00만명의 인구를 수용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현재 160만명만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과거에 여러 번 실패했다고 현재 신수도 계획도 반드시 실패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권위적인 정부는 의욕이 앞서 장밋빛 청사진을 세우지만 냉정한 현실이 저절로 따라와 주는 것이 아니다.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서 신도시에 이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부유한 계층뿐이다. 사막의 도시는 먼 나일강에서 물을 끌어다 식수로 사용하고 최소한의 녹지도 유지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

또 정부와 업자들은 이득을 따라 사막에라도 가서 도시를 만들지만 일반 이집트인들의 의식에서 사막이란 피하고 싶은 영역이라고 한다. 풍요로운 인간의 삶을 보장했던 강변에 비해 전통적으로 사막은 짐승과 도적이 들끓는 곳이었고, 현대에는 힘든 군 복무를 하면서 부대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던 삭막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길이 남기고 싶어 하는 독재자와 북적거리더라도 반만년 삶을 영유해 온 나일 강변을 지키려는 이집트인들의 관성이 만나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사뭇 궁금하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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