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바로가기

정치외교학과

메뉴

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미용산업까지 침투한 AI (3/12)

    • 등록일
      2019-03-13
    • 조회수
      590

세계일보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미용산업까지 침투한 AI

고객 피부상태 스캔해 최적 화장품 제안 / 첨단과학, 美의 기준마저 획일화하나

타인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욕망은 보편적이다. 특히 요즘처럼 이미지가 지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연출하는 일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는 말이다. 외모를 향상시키기 위한 미용 상품이나 서비스가 거대 산업으로 발전한 것은 이미 20세기 현대 사회의 특징이었다. 최근에는 최첨단 기술을 미용에 접합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추세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이나 세계 최대 명품 기업 LVMH, 일상용품의 공룡인 존슨앤존슨 등 굴지의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AI(인공지능)와 미용을 결합시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로레알의 자회사 비시는 지난 2월 ‘스킨컨설트’라는 앱을 출시해 소비자 개개인의 ‘피부노화(老化)지도’의 작성을 도운 뒤 적절한 화장품을 제안하는 온라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뉴트로지나 역시 ‘스킨360’이라는 앱으로 얼굴을 스캔해 맞춤 화장품을 제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개인주의 시대에 고유의 안면 피부 지형을 파악한 뒤 알맞은 화장품을 제안하고 나서니 구매 의욕은 왕성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피부 상태를 파악한 뒤 아예 개인별 세럼과 크림을 제조해 판매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기존의 상품 가운데 적절한 모델을 제안하는 전통적 마케팅이 아니라 ‘당신만을 위해 화장품을 맞춰 생산한다’는 새로운 판매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다. 구매력이 강한 선진국의 화장품 시장은 몇 년 동안 포화 상태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프랑스의 경우 2016, 2017년 화장품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2018년에는 정체 상태였다. AI와 같은 하이테크와 전통적 미용 상품을 결합해 소비자를 자극하고 유혹해야 간신히 생존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청년층은 스마트폰을 다양한 생활 분야에 적용하는 데 적극적인 데다 기존의 미디어보다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온라인으로 소비 상품을 지인에게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세대다. 그 결과 대형 화장품 회사에서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 중이다. 2018년 에스테로더의 온라인 판매량은 25%, 로레알의 경우 40%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정보기술( IT)이 화장품 유통의 형식조차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미용 산업의 주요 기업들도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LVMH는 파리에 ‘스타트업의 집’이라는 허브를 출범시켰고, 로레알도 기존 4만 여명의 화공(化工) 엔지니어 집단에 수학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빅 데이터나 AI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용 시장의 선두주자다. 그만큼 외모 지상주의가 지배하고 화장품 소비의 첨단을 달리는 시장이다. 성형과 화장의 획일적인 미의 기준으로 이미 너무 비슷해진 한국 사람들. 유럽이나 미국의 경향을 보면서 드는 걱정은 앞으로 자연미와 개성을 존중하기보다는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건강과 미의 인공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할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진보를 거부하며 기계를 때려 부순 19세기 러다이트처럼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에도 미의 다양성이 보존되기를 소망해 본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기사 원문 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2&aid=0003346036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