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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중국과 인도의 모발 경쟁(2/25)

    • 등록일
      2019-03-04
    • 조회수
      609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중국과 인도의 모발 경쟁

‘인종적 특징 극복’ 아프리카 시장 부상 / 중국, 주요 생산지 인도서 모발 수거 박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이 베트남에서 인기라고 한다. 머리 모양은 가장 인상적인 개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선수 스타일로 옆과 뒤를 밀어버린 짧은 머리나, 오렌지색 금발로 물들여 파도 치는 듯한 머리를 빼고 이들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요즘은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자신만의 헤어 스타일로 외모를 꾸미는 일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시아나 유럽인과는 달리 심한 곱슬머리다. 조금만 자라면 머리가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된다. 이들이 유럽인이나 아시아인처럼 긴 머릿결을 휘날리려면 모발을 사서 자신의 머리에 연결하거나 가발을 구입해야 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모발 시장이 예전부터 발달한 이유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시장이 부상하면서 세계 모발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하게 됐다. 인종적 특징을 극복하기 위해 모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아시아인이 서양인의 큰 눈이나 높은 코가 부러워 성형하듯이 아프리카인의 긴 머리에 대한 욕망도 서구 지향 문화의 결과다.

한국도 20세기 한동안 주요 모발 공급처였다. 21세기 현재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모발 수출국은 단연코 인도다. 우수한 품질의 머리카락이란 길고 균질적이어야 하며, 평소에 잘 관리한 깨끗한 머리라고 한다. 이런 모발은 1㎏에 수십만원을 받는다. 머리카락이 상품이 되면서 사람의 두피는 세심하게 갈고닦아야 훌륭한 결실을 얻을 수 있는 밭이 되는 셈이다. 품질이 떨어져도 염색이 잘 먹는 백발은 최고 상품에 속한다. 인도에서는 이런 우수한 모발을 손쉽게 얻는 자들이 있으니 바로 인도 힌두교 사원과 신전이다. 삭발이라는 종교적 의식 덕분에 이들은 최상급 모발을 수월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인도가 세계 모발 시장의 주요 공급원이 되려면 힌두교 요소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발 사업가들이 수십만명의 수거요원을 고용해 전국 미용실과 이발소를 전전하며 자원을 거둬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잡다하게 모아 놓은 재료는 균질성이 떨어지고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세척하고 빗질로 다듬어 상품으로 만들려면 적어도 50%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공짜로 최상급 모발을 얻는 사원과는 달리 사업가들은 비용을 들여 노력을 거듭해야만 보통 상품이라도 건질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중국 사업가들이 인도 시장에 뛰어들어 모발 수거 경쟁이 격화됐다. 중국은 번역 기능을 가진 위챗 프로그램을 전국 모발 상인에게 보급한 뒤 실시간 흥정을 통해 모발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모바일 모발 수거다. 인도가 자원을 공급하는 주요 생산지라면 중국은 모발을 처리하고 상품화하는 기술과 공정을 지배하는 산업 세력이다. 게다가 최근 부상하는 아프리카 시장에서 중국 상인은 이미 넓은 판매망을 형성하고 있어 인도와의 경쟁에서 큰 이점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아프리카와 미국의 모발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또 모발 시장 규모가 생각보다는 크지만 거대 산업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모발을 둘러싼 세계의 현실은 외모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관심과 국제교역의 문화적 차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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