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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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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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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파리 테러로 숨진 ‘베르나르’

 

  

경향신문 | 2015-01-25

 

지난 7일 프랑스 파리 테러는 나의 정신적 벗을 앗아갔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희생자 가운데 경제학자 베르나르 마리스다. 나는 그의 책을 두 권이나 번역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공감할 수 있었다. 2008년 번역·출판된 <무용지물 경제학>은 정통 경제학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경제학이 과학을 빙자해 기득권을 보호하는 데 열중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일의 노예로 만드는 물질적인 성장의 집착에서 벗어나 행복을 향해 나갈 수 있는 인간 중심의 학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두 번째 책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에서는 다양한 인문학과 경제학을 종합해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전개했다. 인간의 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결국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려는 영생불멸의 욕구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지 영생은 불가능하다. 그는 부질없는 경쟁과 갈등의 자본주의는 세상을 파멸로 이끌 것이라며 협력과 화합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 텔레비전에 등장할 때 사용하던 필명은 베르나르 삼촌이라는 친숙한 이름이다. 삼촌이야말로 조카들에게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해주기에 적절한 인물이 아닌가.

  

테러 이후에 나는 샤를리다또는 아니다에 대해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존엄성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로 환원된다. 하지만 샤를리 에브도를 단순히 마호메트를 풍자하고 욕보인 서구의 오만한 언론이라고 축소하거나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이 풍자 주간지는 모든 권위에 저항하는 68세대의 정신을 실현하려 했다. 인간을 해방하고 행복과 평화를 나누는 세상을 향한 사회운동의 일환이다. 3만부에도 미치지 못했던 빈약한 독자층이 보여주듯 요즘 대중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내가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한 21세기 대중은 마리스처럼 한국 나이 70에도 여전히 공익을 고민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68세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마리스는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세계 금융 자본주의를 통제하기 위해 자본이동에 세금을 부과해 대중의 복지에 써야 한다는 국제금융관세연대 운동의 창설 멤버이며 학술위원이었다. 그의 현실 참여는 운동권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2011년에는 상원 의장의 추천으로 프랑스 중앙은행 이사로 임명되었다. 제도권의 중심에도 진입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리스는 소설을 쓰기도 하여 3편의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집필한 <노스다코타의 예리한 도덕적이고 성적인 문제> 그리고 <벙어리가 되고 싶었던 아이> <일기> 등이다. 이처럼 전문가의 틀을 부수고 다방면에 관심을 가졌던 마리스는 21세기에 보기 드문 휴머니스트의 전형이다.

  

내가 연초 파리에 도착한 지 3일째인 날에 테러가 일어났고, 마리스가 테러리스트의 총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평소처럼 떠들썩한 샤를리 에브도 편집회의에서 인자하게 웃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인간 해방을 위해 그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휴머니스트는 종교를 빙자한 야만의 폭력에 비명횡사한 것이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간 베르나르 삼촌이 편안히 잠들기를 기도한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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