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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독일, 중국과 헤어질 수 있을까

    • 등록일
      2023-07-18
    • 조회수
      64

 

獨 “中 경제 의존 줄여야” 對中전략 발표
경제 치중 안보 위협 등한시 ‘반성의 결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위험 감소를 뜻하는 디리스킹(Derisking)이 서방의 숙제로 떠올랐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관계가 깊고 넓은 만큼 헤어지기는 어렵다. 어쩌면 촘촘하게 얽혀있는 세계화 시대에 완전히 헤어진다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적절한 거리 두기라고 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중국이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지난 40여년 동안 긴밀한 무역과 투자로 큰 혜택을 본 나라가 독일이다. 중국은 2016년부터 독일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다. 이웃나라 프랑스나 군사동맹 미국보다 현재 수출 대국 독일의 관점에서 중국은 더 중요한 파트너라는 의미다. 독일의 대표기업 폭스바겐, 지멘스, BASF 등은 21세기 중국의 젖을 먹고 성장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독일과 중국의 무역은 3000억유로에 가까운 놀라운 수준이었다. 독일의 대중국 투자 또한 115억유로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BASF 회장은 2030년까지 중국에 100억유로를 투자할 것이라며, 향후 세계 화학 시장의 50%를 차지하게 될 중국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역임 16년 동안 중국을 12번이나 방문했고, 올라프 숄츠 현 총리도 지난 11월 공산당이 시진핑 독재체제를 공인한 직후 비난을 감수하며 베이징을 찾았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중국과의 관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집권 이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외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드러난 세계 생산 사슬과 중국 의존의 문제, 그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부각된 중국의 군사적 위협 등이다. 중국 리스크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시진핑 체제의 다양한 정책이다. 중국은 최근 국내적으로 한층 더 탄압적인 태도를 보였고 대외적으로도 이전보다 공격적인 양상을 드러냈다.

 

 

 

 

지난 13일 독일이 발표한 ‘중국 전략’은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뿌리 깊은 중국 의존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촉구하며 합의를 통한 평화적 변화만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덧붙여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독일이나 유럽의 안보 이익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내 중국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녹색당 출신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업들은 스스로 미래의 위험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토르스텐 베너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 소장도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세일즈맨처럼 행동하는 일은 어리석다며 숄츠 총리를 꼬집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경제 이익을 대표하는 독일산업협회(BDI)조차 중국에서 심해지는 인권 유린과 독재가 미래 비즈니스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위험이 닥쳐도 견딜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훨씬 취약하기에 중국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피하면서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1년 반이나 걸려 만든 독일의 ‘중국 전략’은 결국 수출로 먹고사는 독일이 그간 경제적 계산기만 너무 두드리고 정치 및 안보적 위협을 등한시했다는 반성의 결과다. 러시아가 독일을 긴 잠에서 흔들어 깨어놓자 중국이 집중포화를 받는 모양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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