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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신문] ‘다윗 호주’가 ‘골리앗 중국’을 다루는 법

    • 등록일
      2023-06-14
    • 조회수
      73

중국의 ‘내로남불’은 국제무대에서 유명하다.

중국이 하면 국익 보호를 위한 정상적 외교이고 남이 하면 내정간섭이라고 난리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내정간섭이라는 개념 자체가 점점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사드를 한국 영토에 수용하기로 한 결정은 내정인가 외치인가.

중국은 자국 영토까지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국제 문제라면서 한국에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중국의 국방 시스템 자체가 한국에게는 모두 외교적 간섭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는 항공모함이건 미사일이건 중국 국방 시스템의 범위에 직접적이고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작년 먼 유럽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는 대만을 대표하는 사무소가 대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허락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무지막지한 경제 보복의 대상이 되었다.

지구 반대편 발트해 연안에 대만이라는 간판을 허락하는 일이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다.

이처럼 가까운 한국부터 먼 리투아니아까지 중국의 압력 외교는 위세를 떨친다.

힘의 비대칭성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마구 강제하려는 셈이다.

 

최근 작은 나라 호주는 중국에 맞서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21세기의 중국은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크고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었기에 누구라도 위축될만한 거대한 상대다.

이 같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호주가 막강한 압력을 극복하고

대등한 결과를 얻어냈으니 승리라고 볼만하다는 뜻이다.

 

 

2020년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던 해 중국은 호주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호주의 대중국 수출에 대한 고삐를 죄고 나섰다. 호주는 당시 대만과 같은 예민한 문제를 건드린 것도 아니었다.

다만 코로나라는 세계적 여파의 전염병 근원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중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했을 뿐이다.

 

 

2020년 당시 호주 수출의 대중 의존도는 무려 37%에 달했다.

호주의 대중국 수출과 서비스 교역, 그리고 호주 기업의 중국 현지 매출 등을 합한

경제 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8.2%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이는 독일과 비슷한 중국 의존도였으며 미국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호주는 ‘할 말은 하는 외교’로 나갔고 그 결과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 석탄, 포도주, 보리, 랍스터 등의 수출 길이 막혔다.

 

그러나 호주는 중국에 굴하지 않고 버텼다. 중국은 호주의 국회의원들이 중국 공산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언론은 중국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보도한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스콧 모리슨 당시 총리는 “호주는 호주답게 행동할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언론의 자유를 기본으로 여기는 일은 민주 국가의 일상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이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중국도 서서히 보복적 무역 제한을 풀면서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그 사이 호주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무릎 꿇기는커녕 미국·영국과 AUKUS 군사동맹을 출범시켰고,

인도와 일본을 포함한 쿼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중국을 겨냥하는 서방의 다양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정권 교체가 이뤄졌으나 새로 등장한 앤서니 앨버니지의 노동당 정부도 당당한 대중국 외교를 이어왔다.

“가능한 부분에서 협력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다”는 기조를 외교 원칙으로 삼았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특성을 고려하여 “반대를 표명할 때는 비공개적으로 하고 이견이 있어도

이를 증폭시키지 않는” 지혜도 발휘했다. 정권 교체에도 계속되는 국익정치, 협

력과 대립을 조율하는 당당한 외교,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는 지혜 등 한국이 배울 점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야당 대표 이재명과 중국대사 싱하이밍의 만남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외교적 대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사건건 정부 비판에만 열중하는 야당 대표, 일본이나 중국을 통째로 비난·옹호하는 정치세력의 편파성,

국제적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권의 언행은 위험한 선을 넘어섰다.

외교 문제의 정치화는 외세의 내정간섭을 불러들이고 자칫 잘못하면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장난이 될 수 있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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