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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그리스 위기와 유로존의 향방

 

프레시안 2012-06-27

 

2009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의 위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유럽연합은 물론 세계의 경제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유럽과 국제통화기금의 구제 금융은 2010년 봄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로 이어졌고 지난 25일에는 유로권 4대 경제대국인 스페인마저 공식적으로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지금 상황에선 위기가 이탈리아나 심지어 프랑스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앞으로 석달 이내에 유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협박성 이야기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기 진행과 맞물려 금년 봄에는 프랑스와 그리스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대선과 총선이 연달아 치러졌다. 지난 5월 프랑스에선 좌파 대통령인 올랑드가 당선되면서 유로권 운영에서 기존의 긴축 일변도 정책을 완화하고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 17일 총선에서 올랑드 대통령을 배출한 사회당은 의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유럽의 중심축인 프랑스가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유로권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스 역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친 총선을 통해 유로권에서 가장 우려했던 정치적 결과는 피할 수 있게 됐다. 5월 총선 이후 내각 구성에 실패한 그리스는 한달 뒤 다시 총선을 치러야 했다. 유럽에서 가장 염려했던 결과는 구제금융의 조건을 무작정 거부하겠다는 극좌 세력이 제1당으로 부상하는 상황이었다. 이 경우, 그리스는 파산으로 내몰리면서 유로에서 탈퇴해야 하는 불행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 중도우파인 신민주당이 제1당으로 부상했다. 고통스럽지만 유로존에서 제시하는 긴축안을 받아들이되 일부 조건의 완화를 위한 재협상을 벌이면서 유로권에 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경제 붕괴의 공포가 긴축에 대한 분노를 누른 셈이다.

 

이즈음에서 유로권 위기의 본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세계 금융시장의 근본적인 ‘변동성’을 꼽을 수 있다. 국제금융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는 반복적인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떼거리지어 다니기를 즐기는 금융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경기는 한동안 타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폭락하는 과정이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유럽으로 전달된 것도 바로 이같은 금융자본주의의 속성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공통조건이라 이 사실만으로 유럽의 경제위기를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실제 유로권 전체를 놓고 본다면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부채의 비율(87.2%)이나 재정적자의 규모(4.1%) 등 경제지표가 미국(101.5%, 8.7%)이나 영국(85.7%, 8.3%)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세력은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유로권을 공격한다. 이유는 유로권의 제도적 취약함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오랜 전통을 가진 국가이기에 국채를 정부가 책임지고, 중앙은행은 필요에 따라 양적 완화와 같은 경기 부양에 나서며, 금융 체제가 흔들릴 경우엔 최종적인 대부자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담당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중앙은행이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미약한 존재이며, 공통의 정부는 물론 재정통합의 제도조차 변변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 ‘거대한 사기’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스페인 시위대. ⓒAP=연합뉴스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통합이 관건

  

현재 구제금융을 신청한 유럽 국가들은 제각각 다양한 원인과 문제가 있다. 이중 그리스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구조 등 위기를 초래하기 쉬운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가장 곤란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그리스와는 달리 상당히 오랜 기간 성공적 모델로 제시되었던 경제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거대한 부동산 거품이 형성되었고, 민간부문의 부채가 은행의 부실을 통해 공공부문의 적자 및 공공부채의 폭발로 전개되었다.

  

유럽 위기의 해결방안은 궁극적으로는 국제금융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적 통합을 강화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라가르드 총재, 검은 시나리오를 흔들며 겁주기를 즐기는 크루그먼이나 루비니와 같은 스타 경제학자, 금융자본을 대변하는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2012년 전세계의 주요 목소리는 모두 유럽의 통합을 주문한다. 유럽은 화폐통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통합을 해야 하고, 중앙은행은 최종적 대부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위기가 이들 모두를 유럽주의자로 만든 셈이다.

  

이번주 28일부터 열리는 유럽이사회에서는 한층 강한 성장과 통합의 방향이 논의될 것이다. 또한 스페인의 은행 구제를 동반할 유럽 차원의 은행 통합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는 금융거래세의 도입 등도 의제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17개국이 모여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은 길고 험난하다. 특히 돈을 내야 하는 독일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유로존에서는 위기와 대응이 반복되는 지루한 줄타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조홍식 ․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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