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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해방’을 위한 전쟁은 정당하다



경향신문 / 2011. 03. 29



‘오디세이 새벽’ 작전은 리비아를 세계 뉴스의 초점으로 만들었다. 2011년 3월의 리비아전쟁은 독재와 민주화, 주권과 인도주의, 아랍과 서방의 대립구도가 복합적으로 엉켜서 무력 충돌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외국이 개입하기 전의 리비아 상황은 비교적 단순했다. 40여년 철권 독재와 이에 반대하여 저항하는 민중세력이 대치하면서 이웃나라 튀니지나 이집트처럼 독재정권의 종말을 희망할 수 있는 듯 보였다.

 

 

무기보다는 민주화위한 지원을


하지만 카다피 정권은 자국민의 대량학살도 서슴지 않는 선택을 했고 이에 대해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추진된 인도주의적 군사 개입 전략이 유엔에서 결정됐다. 아무리 독립 국가의 주권이 중요하다 해도 자국민을 대량학살하는 행위까지 감싸줄 정도로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또한 이번처럼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무력개입할 수 있다는 정당성을 인정한 중대한 의미의 결정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외세 개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던 러시아와 중국마저도 이번 유엔안보리의 리비아 표결에서 기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력 개입을 인정한 셈이다. 인도주의적 개입을 위한 프랑스와 영국의 적극성도 순수하지만은 않다. 2011년 민주화 바람이 불기 전 다수의 아랍권 부패·독재정권과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던 프랑스는 과거를 ‘세탁’할 필요가 있었고, 영국 역시 ‘부시의 푸들’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치욕적 역사에 덧칠을 할 동기가 강했다. 조작된 거짓 명분을 내세우며 신속하게 시작했던 이라크 침략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망설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겁먹는’ 짝이다.


지난 3월19일부터 다국적군의 본격적인 카다피 세력에 대한 폭격이 시작되면서 아랍과 서방의 대립이라는 전통적 대립 구도가 다시 부상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었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하는데 동참했던 아랍연맹이 다국적군의 리비아 폭격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초과하는 월권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게다가 다국적군에 동참하는 아랍 국가가 튀니지, 이집트와 같이 민주화의 첫걸음을 떼는 나라가 아니라 카타르와 같이 자국내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는 또 다른 폭정 국가로 제한됨으로써 리비아 개입 명분은 심각하게 퇴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해방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역사적 대의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한 고민과 토론, 반성도 지속되어야 한다. 우선 리비아와 관련하여 민간인으로 구성된 반군의 대량학살을 중단시킨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은 정당하고 바람직했다고 판단된다. 다만 지금부터 제기되는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반군에 대한 무기공급, 다국적군의 지상개입, 최종 목표로서 정권교체, 장기적 민주체제 구축 등이다. 함축하면 내전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포스트 카다피 체제가 민주주의를 공고화할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G20 자랑하던 한국은 ‘침묵’만


둘째, 리비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이 다른 민주화 운동을 방해하거나 은폐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사우디와 카타르를 비롯하여 걸프지역 폭정을 수 십년간 지지해 온 서방 국가는 이제 정책 수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체제 민주화 압력을 더욱 강력하게 행사해야 한다. 현재 예멘과 시리아에서 독재에 대한 저항이 타오르고 있으며, 알제리와 모로코에서도 조용하지만 깊은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향후 인도주의적 개입의 잣대가 서방과의 친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곤란하다.


끝으로 세계의 지각변동에 대해 침묵하면서 세계의 중심에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개최국, 단군 이래 처음으로 세계의 중심에 섰다고 자랑하던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가치의 외교’는 최소한의 양심과 발언의 의무, 행동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 ·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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