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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신문]영국·프랑스 제1당의 엇갈린 운명

    • 등록일
      2024-07-15
    • 조회수
      59

민주주의의 조국을 자처하는 프랑스와 영국이 거의 동시에 총선을 치렀다. 프랑스는 6월 30일 1차 투표를 진행한 뒤 7월 7일 결선 투표를 통해 국민의회의 577명 의원을 뽑았다. 영국은 프랑스의 두 투표일 사이인 7월 4일 총선을 치러 650석의 새 의회를 선출했다. 두 나라의 민심은 어땠고, 선거 결과는 민심을 충실하게 반영했을까. 민주주의란 민심을 잘 반영하는 정부를 뽑아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비슷한 시기에 치른 두 나라 선거에서 놀랍게도 똑같은 수치가 있다. 영국 총선에서 1등을 차지해 큰 승리를 거둔 노동당의 득표율이 33.7%이고, 프랑스 선거 1차 투표에서 1등을 한 국민연합(RN)의 득표율도 33.3%다.

 

 

거의 같은 득표율로 제1당이 되었으나 영국의 노동당은 650석 가운데 411석을 얻어 절대 과반인 325석을 훌쩍 뛰어넘는 역사적 대승을 거두었다. 반면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결선 투표에서 37%까지 득표율을 높였으나 577석 가운데 143석만을 얻었고 좌파 신민중전선(NFP)의 182석이나 중도 ‘앙상블’(Ensemble, 함께)의 168석에 밀려 3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33%의 같은 득표율로 노동당은 의석의 63%를 획득했으나 국민연합은 25%의 의석에 그쳤다는 말이다.

똑같은 득표율이 전혀 다른 의석수로 표출되는 제일 큰 이유는 선거 제도다. 만일 프랑스가 영국처럼 한 번에 의원을 뽑는 제도였다면,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이론적으로 297석을 얻어 절대 과반인 289석을 넘겼을 것이다. 왜냐면 6월 30일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은 297개 선거구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득표율 1등 노동당이 절대 과반을 얻어 정부를 꾸리듯 프랑스에서도 1등 국민연합이 절대 과반 의석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동거 정부를 형성했을 터다.

 

 

 

그러나 선거 제도만큼 중요한 부분이 표의 분포다. 영국의 노동당은 지난 2019년 총선에서 득표율이 32%였고 득표수는 1천만 표를 넘어 이번 973만 표보다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었다. 지지하는 유권자의 수는 줄었는데 오히려 대승을 거둔 이유는 전체 투표율이 낮아졌고, 보수 성향의 표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보수당은 43%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23.6%로 폭락했고 대신 극우 성향의 ‘영국혁신’(Reform UK) 세력이 14.3%로 보수 성향의 표를 가져갔다. 우파가 분열하는 바람에 노동당은 더 적은 표로 압도적 의석을 가져가는 승리를 거둔 셈이다.

 

프랑스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는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사이에 이뤄진 정치 세력들의 전략이 놀라운 의석의 배분을 만들어냈다. 프랑스의 결선 투표는 다양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의도다.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양당제를 이어온 영국과 달리 다당제가 기본이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는 선호하는 정당을 지지하도록 가능성을 열고, 결선에서는 세력 간 연합으로 쏠림 현상도 가능하게 만들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다수 세력을 도출하려는 구상이다.

 

프랑스는 소선거구를 운영하는데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50% 이상이고, 득표수가 유권자의 25%를 넘으면 곧바로 당선이다. 이번 총선에서 76개 선거구는 1차에서 당선자를 냈다. 결선 투표는 후보의 득표율이 유권자 수의 12.5%를 넘으면 참여할 수 있다. 50%의 투표율이 넘으면 이론적으로 최대 4명까지(4명×12.5%=50%) 결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24년 프랑스 총선은 좌파 NFP와 중도 앙상블이 극우 RN의 당선을 막기 위해 서로 유리한 후보를 밀어주는 전략을 급조해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창출해 냈다. 적어도 210개 선거구에서 좌파나 중도의 후보가 사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경우도 유권자들이 극우가 아닌 중도 또는 좌파 후보로 표를 몰아줘야 결과를 낼 수 있다. 실제 극우의 집권을 막기 위해 프랑스 유권자들은 뭉쳤고 극우의 의석수는 3위에 그쳤다.

 

선거의 결과만 놓고 민심의 향방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도 나름 필요하다. 그러나 통계·제도·전략·역사의 세밀한 작용을 모르고 마구 의미를 부여하다가는 정치 현실의 이해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자기기만에 빠지기 쉽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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