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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동맹 없는 외톨이 베트남의 생존전략

    • 등록일
      2023-05-09
    • 조회수
      130
경제 번영 위해 ‘앙숙’인 中과 연결 유지
안보 위해선 ‘적국’ 美와 관계 개선 노력

지난 몇 년 동안 국제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악화하는 동안에도 베트남은 빠른 성장세를 이끌며 성공적인 발전의 궤도를 탔다.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 성장은 무려 8%에 달했고, 올해도 7% 수준의 고속 성장을 계속할 예정이다.
삼성 덕분에 베트남은 이제 세계 제2위 스마트폰 수출국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을 떠난 국제 자본은 대거 베트남으로 향하는 중이다.

갈등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면서도 베트남은 천연덕스럽게 어느 한편에 서기를 거부한다.

세계를 향한 수출 제조업 기지로서 베트남의 번영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웃과 공유하는 생산 사슬 덕분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공하는 중간재가 없다면 아직은 베트남의 조립 공장들이 상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베트남은 멀어지는 미·중 세력을 경제적으로 연결해 주는 우회 고리다.
베트남의 정치경제는 솔직히 중국과 매우 흡사하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편승하여 풍요의 꿀물을 빨아 삼키면서도
공산당 독재 정치는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습, 중국의 1979년 개혁개방이나
베트남의 1986년 도이머이라는 개방형 발전 국가 전략을 시작한 시기, 심지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12년 집권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2011년 등장도 거의 일치한다.
반부패를 내세운 당내 숙청으로 개인 권력을 강화하고 장기 집권을 추구하는 전략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
최근 응우옌 푸 쫑은 70대 고령에도 2021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2022년 시진핑이 관례를 깨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것과 똑같다.
하지만 정치경제가 닮았다고 역사적으로 국제 관계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은
한반도의 역사처럼 대립과 충돌로 점철했다. 같은 사회주의 진영이지만 두 나라는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 동안 전쟁을 치렀다.
지금도 남중국해(중국)·동해(베트남)를 두고 대립 중이다.
그 때문에 동아시아의 우크라이나는 대만이 아니라 베트남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노출된 가장 큰 이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과 같은 확실한 동맹 체제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 베트남은
중국의 이웃이면서도 위협이 가해지면 함께할 동맹국이 없는 외톨이다. 그만큼 중국의 외교적 협박과 군사적 위협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미국과 공식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여차하면 미국이라는 언덕에 기댈 수 있는 대만이나 필리핀도 베트남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베트남이 반세기 전 전쟁을 치렀던 미국과 가까워지려는 이유다.
베트남은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를 금지했으며 코로나19 위기 때도 중국보다는 미국의 백신 지원에 의존했다.
게다가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 해제 이후 군사적 협력과 미국 무기 도입도 시작했다.
경제적 번영을 위해 중국과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안보를 위해 역사적 ‘적국’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베트남은 또 다른 과거의 ‘적국’ 한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꾸리는 중이다.
세계의 중심을 지향하며 팽창하는 중국의 야망 앞에서 생존하려면 동맹은 아니라도 친구가 많을수록 유리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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