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76.1세… 2년 만에 2.7세나 줄어
살인·마약 중독 등 젊은이 사망 증가 원인
부자 나라를 상징하는 미국에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빠르게 줄고 있다. 2021년 기준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76.1세로 1996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게다가 2019년 78.8세에 비해 2년 만에 2.7세나 급속하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를 고려해도 미국의 사례는 선진국 가운데 독보적이다.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젊은이들의 사망이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다섯 살 미국 아이가 4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은 무려 4%로 다른 선진국의 4~5배에 달한다. 청소년기나 장년기에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사회라는 뜻이다.
살인 사건이나 교통사고, 마약 중독과 비만으로 인한 질병 등이 젊은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일례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4만9000명이었고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무려 2만6000명이나 되었다.
미국에서 살인 사건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프랑스보다 5~6배, 교통사고는 2.8배나 높은 수치다.미국에서 합법과 불법을 막론하고 마약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9만8000명에 달한다.
인구를 고려해 살펴보면 프랑스의 35배다. 특히 25~54세 연령대 사망이 5만4000명이나 되며 그 가운데 85%가 남성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남자들이 마약에 취해 죽어간다는 뜻이다.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가 비슷한 사망 확률을 보이는 분야는 자살 정도다.
2021년에는 출산과 관련한 미국 여성의 사망이 1200명이었는데 이는 그 전해에 비해 40%나 증가한 수치다.
낙태와 출산을 둘러싼 미국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대립으로 환자들이 산부인과에서 안정적인 치료를 받기가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상당수의 여성이 생명을 잃게 되었다는 뜻이다.
신기하고 놀라운 사실은 미국이 유럽보다 부자일 뿐 아니라 건강과 보건에 쓰는 돈도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2020년대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은 유럽보다 월등하게 높다. 미국 평균이 7만달러로 유럽의 대표주자 독일(구매력평가 기준·5만8000달러)을 멀리 따돌리고 있다.
4만달러 수준의 영국이나 프랑스는 미국의 빈곤한 미시시피주와 비슷한 정도다. 미국의 부유한 지역인 캘리포니아(8만6000달러)나 뉴욕(9만3000달러)주는
유럽의 두 배에 가까운 소득 수준이다. 게다가 건강에 쓰는 돈도 미국이 훨씬 많다.
2019년 미국인의 1인당 보건 관련 지출은 연간 1만2000달러로 유럽에서 부유한 편인 독일인(7000달러)과 비교해도 훨씬 높다.그런데 미국의 평균 수명은 유럽 주요 선진국(프랑스 82세, 독일 80세)에 비해 크게 낮을 뿐 아니라 심지어 줄어들고 있으니 충격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소득 수준과 평균 수명이 역설적으로 반(反)비례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이런 현실은 21세기가 시작하던 20년 전이나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도 놀랍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경제적인 부의 창출과 장수하는 사회는 함께 가기 어려운 자본주의 선진국의 ‘법칙’일까. 세계 최고 평균 수명(84.6세)을 자랑하는
일본의 낮은 경제 수준(1인당 소득 3만9000달러)은 이런 불행한 경향을 확인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