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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프랑스 정치의 기하학

    • 등록일
      2022-04-20
    • 조회수
      185
중도 마크롱 버티지만 극단적인 좌우 활개
극단의 성장, 대의민주주의 위기 부를 수도

5년 전 에마뉘엘 마크롱이 시작한 프랑스 정치의 지각변동이 대통령 선거를 맞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국제 여론의 관심은 온통 누가 결선투표에 진출했으며, 누가 당선 가능성이 큰가에 집중된다.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점한 중도의 마크롱 현직 대통령과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마린 르펜의 리턴매치가 성사되었다. 5년 전과 똑같다. 결선투표의 결과도 마크롱의 재선이 유력하다.

 

그러나 한 꺼풀 더 벗겨 내막을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징후가 드러난다. 프랑스 정치는 오랜 기간 좌우의 양 날개를 가진 새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오른쪽과 왼편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균형을 잡아 가는 시소 모양의 정치는 사라지고 불안한 삼각형의 정치가 등장한 듯하다. 중도에는 마크롱이 버티고 서 있지만 온건한 좌와 우는 사라지고 극단적인 좌우 세력이 체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기하학이 형성된 것이다.

 

지난 10일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은 27.85%의 득표율로 거뜬히 1위를 차지했다. ‘노란조끼’나 코로나19 등 대규모 위기를 맞았던 현직 대통령치고는 높은 지지를 확보한 셈이다. 극우의 마린 르펜은 23.15%로 2위를 차지하며 2017년에 이어 결선에 진출했다. 중도와 극우는 이제 프랑스 정치를 대표하는 잠재 집권 세력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놀랍게도 삼각형의 세 번째 모퉁이를 차지한 것은 21.95%를 득표한 극좌의 장뤼크 멜랑숑이다. 반면 온건 우파인 공화당은 몰락해 버렸다.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20%를 득표해 3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에 발레리 페크레스는 5위(4.78%)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서 가장 큰 패자가 사회당이었다면 2022년 선거에서 충격적으로 몰락한 세력은 공화당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의 안 이달고 후보는 1.74%라는 득표율로 몰락을 완성했다.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으로 장기집권(1981∼1995년) 한 사회당은 프랑스 정치사에 획을 그은 정당이다. 공화당은 제5공화국을 수립한 샤를 드골, 조르주 퐁피두의 전통을 이어 자크 시라크나 니콜라 사르코지 등의 대통령을 배출한 프랑스 정치의 터줏대감이다. 사회당을 따라 공화당도 무대에서 사라진다면 2020년대 프랑스는 완전히 새로운 정치 지형으로 돌입하는 셈이다.

 

중도와 극우, 극좌가 지배하는 프랑스의 삼각 정치는 위험천만이다. 중도에 항상 마크롱처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보장은 없다. 프랑스의 중도란 마크롱이라는 개인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만큼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말이다. 또 결선투표에서 극단적 지지층의 연합으로 중도를 누르고 당선되는 사고(事故)도 제외할 수 없다는 뜻이며, 앞으로 극우와 극좌가 결선에 진출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극단의 성장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나라다.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가 극단을 누르고 당선되는 일은 어쩌면 다행스럽고 안정적인 결과다. 하지만 똑같은 결과가 프랑스 전국의 소선거구제에서 나오면 중도가 의회를 거의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가 나타날 것이다. 정치 지형의 변화와 기존 제도가 엇갈려 ‘중도 독재’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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