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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 했나

    • 등록일
      2022-03-08
    • 조회수
      213
형제 국가 민주주의, 자신의 독재에 위협 판단
동아시아 대표 독재국가 中·北 행보에 더 주목

성경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살인은 형이 동생을 죽이는 사건이다. 피를 나눈 형제지간에 왜 카인은 동생 아벨의 목숨을 빼앗는 잔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것일까. 창세기는 이 비극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신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형제 사이의 경쟁과 시기나 질투가 살인의 동기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카인과 아벨의 패러다임이 드러내는 인류학적 진실은 가장 비슷한 존재 사이에 제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서 피비린내 나는 형제간 다툼은 동서고금의 보편적 현상이다. 문제는 개인을 넘어 집단의 차원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세 나라는 언어와 종교, 역사의 측면에서 마땅히 형제라 부를 만하다. 세 민족 모두 슬라브계로 언어가 매우 유사하고 기독교 그리스정교의 전통을 계승했다. 유럽연합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모두 라틴계 언어를 사용하며 종교적으로 가톨릭계인 상황과 견줄 수 있다. 민주국가라면 역사, 문화적으로 가까운 민족이 얼마든지 유럽연합과 같은 화목한 통합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반면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신과 닮은 형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죽여버리는 카인의 살인과 유사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에 대해 많은 설명이 난무한다. 탈냉전기 미·러 관계부터 지정학적 분석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역시 주목할 핵심은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에 나타나는 정치적 차이다. 푸틴이 종신 집권을 위해 러시아 국민을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정치인을 살해할 때, 우크라이나는 두 차례의 민주혁명을 치르면서 자유를 획득했고 선거를 통해 원하는 지도자를 선택했다.

 

과거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장교였던 푸틴은 1990년 공산주의 제국이 스스로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한 바 있다. 소련 치하 동유럽인들이 민주주의를 누리는 서유럽을 갈망하면서 공산독재는 무너졌다. 푸틴에게 형제 국가의 민주주의는 자신의 독재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인 셈이다. 독재로 악명 높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손을 잡고 민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결정적인 이유다. 2008년 러시아가 민주 조지아에 침공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규탄하는 유엔의 움직임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 중에 중국과 북한이 눈에 띈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독재국가들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과 문화적 형제이자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는 한국과 대만은 소름 끼치는 위협이다.

 

공산당 독재를 바탕으로 세계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에 자유를 만끽하는 대만이나 한국, 일본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대만은 중화민족의 일원으로 직접적 위협의 대상이고 한국이나 일본도 한자나 유불선(儒佛仙)의 문화 바탕을 공유하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먼 미국이나 유럽의 민주 정치를 “타락한 문화의 퇴폐적 제도”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코앞의 한국과 일본의 국민이 누리는 민주주의는 존재 자체로 중국의 독재를 항시적으로 비웃고 고발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종(種)이 다른 새가 하늘을 나는 자유는 외면해도 그만이지만 이웃사촌이 누리는 자유는 나의 굴종을 부각하며 견딜 수 없게 만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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