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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클래식 음악과 ‘다양성의 독재’

    • 등록일
      2021-12-21
    • 조회수
      259
클래식계, 여성·소수인종 선발 장려 목소리
정치적 논리 보편적 적용은 ‘독재’와 같아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을 채비를 하는 시즌이다.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5분에 시작하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는 세계 90개국 이상으로 생중계한다. 클래식 음악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이 슈트라우스의 왈츠 리듬에 지구촌을 춤추게 만드는 시간이다.

 

빈의 음악은 세계인이 새해를 희망과 기쁨으로 맞게 해주지만 그 역사에는 어두운 구석도 있다. 예를 들어 신년 음악회는 1939년 2차 세계대전에 나선 독일 나치 군대를 위한 겨울 위문 공연에서 유래를 찾는다. 또 빈 필은 아주 오랫동안 여성 연주자를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논쟁적인 역사와 관습에도 불구하고 빈 필의 뛰어난 음악 수준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드물다.

 

최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클래식 음악계의 변화를 촉구하는 바람이 거세다. 미국이나 유럽의 콘서트에 가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듯, 클래식 음악의 지휘자나 연주자는 대다수 백인 남성이다. 이에 다양성을 위해 여성이나 소수 인종의 선발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미국 뉴욕 필하모닉에 흑인 단원은 단 한 명이다.

 

물론 클래식 음악계에는 차별을 줄이기 위해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오케스트라는 연주자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오디션을 부분적으로 실행한다. 걸음과 구두 소리로 성별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바닥에 카펫을 까는 등의 노력도 아끼지 않았고, 실제 1970년대 5%에 불과하던 주요 오케스트라의 여성 비율은 30∼50%까지 올라갔다.

 

2020년대에 커진 목소리는 흑인이나 아랍, 중남미계 음악가의 적극적인 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올가을 영국 런던의 잉글리시 투어링 오케스트라(ETO)는 다양성의 이름으로 14명의 기존 백인 연주자를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또 미국 뉴욕주의 버펄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백인과 아시아계를 제외하면서 흑인과 중남미계 지휘자를 초빙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에 반발해 영국의 클래식 연주자 노동조합은 다양성을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인종주의적 역차별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의 클래식 전문기자 앤서니 토마시니는 작년 7월 유명 오케스트라들은 아예 블라인드 걷어내고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최고 수준 연주자들의 실력은 비슷하니 백인이나 남성보다는 흑인이나 여성을 선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자 클래식계 일부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며 오히려 최고 수준에서 연주자 간 실력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고 반박했다. 그래서 수많은 지원자가 오디션에 와도 단 한 명의 연주자도 뽑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토마시니는 ‘비슷한 실력’ 운운하지 말고 다양성을 위한 채용만이 목표임을 솔직히 밝히라고 비난했다.

 

이쯤에서 17세기 프랑스 철학가 블레즈 파스칼이 밝힌 독재의 정의를 상기할 수 있다. “독재란 자신의 영역 밖에서 보편적 지배를 원하는 일이다.” 정치와 역사에서 차별을 되돌리려는 다양성의 원칙은 나름의 정당성을 지닐 수 있지만, 이를 보편적으로 모든 분야에 들이밀어 평정하려는 시도는 독재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논리를 특정 음악의 영역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려는 모양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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