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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코로나는 우먼세션?

    • 등록일
      2021-11-11
    • 조회수
      218
코로나 인한 재택근무로 여성 부담 더 늘어
평등의 원칙, 모든 분야 예외 없이 적용돼야

위기와 변화는 항상 불평등을 초래한다. 이번 코로나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8년 지구촌을 강타한 경제 위기는 속칭 ‘맨세션(mancession)’이었다. 주로 남성이 일하는 건설이나 제조업이 무너져 남성(man)과 경제 불황(recession)의 합성어로 표현한 것이다. 반면 코로나 위기는 관광이나 요식업 등 여성이 다수 근무하는 분야가 타격을 입어 ‘우먼세션’이라 불러야 할지 모른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재택근무의 일반화도 여성의 부담을 늘렸다. 집 문을 나서면서 가사에서 해방되었던 여성을 코로나는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낸 셈이다. 재택근무로 직장 일에 집안일까지 더해지면서 여성의 생활 조건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챙겨주며 ‘줌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식이다.

 

유럽은 그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동일노동에 남녀 임금의 격차가 평균 14% 정도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10일을 ‘평등임금의 날’로 기념한 바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임금 차별로 인해 여성은 11월 10일부터 연말까지 무상노동을 하게 되는 불편한 현실을 기억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또 올 3월 성 평등을 위한 5개년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불평등한 현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도록 임금의 투명성을 강조한다는 접근법이 눈에 띈다. 차별의 부당함을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공유하려는 정책이다. 따라서 유럽 월급쟁이의 소득명세서는 앞으로 세무 당국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유리 지갑’으로 돌변할 예정이다.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넘어 중요한 직책에 여성 진출을 장려해야 한다는 인식도 널리 퍼졌다. 유럽은 선출직 정치인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남녀 균형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대표 정론지 ‘르몽드’는 오피니언면의 남녀 구성을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자발적 기고는 여성 비중이 26∼40% 정도인데, 신문사 초빙 칼럼이나 인터뷰는 31∼52%로 더 평등하다.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대학이나 연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원생 수는 남녀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성이 많은데, 학계의 핵심인 정교수를 보면 여성이 4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촌 어디나 존재하는 유리천장이지만 이를 깨기 위한 유럽의 노력은 각별하다.

 

얼마 전 ‘유럽의 수도’ 브뤼셀에서 한국과 유럽 학자 30여 명이 모여 정책 대화를 벌였다.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열린 의미 있는 국제 모임이었다. 성별 구분 없이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고 각각의 패널에 남녀가 동수가 되도록 노력하는 유럽 측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왼발, 오른발 번갈아 걷듯이 말이다. 법이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권장 사항이며, 무엇보다 학계가 이런 노력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뜻이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다며 불평하는 사람도 많고 EU가 별의별 참견을 다 한다는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하지만 원칙과 일관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 유럽을 간단히 보면 곤란하다. 인간이 평등하다면 남녀도 평등하고, 평등의 원칙이 지배한다면 모든 분야에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철저하고 완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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