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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인류 마지막 산소 샘’ 가봉 열대림

    • 등록일
      2021-07-13
    • 조회수
      228

낮은 인구밀도… 경제엔 걸림돌 인류엔 축복
목재 직접 수출 금지 등 친환경 전략 선택

무너져 버린 지구의 생태 균형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서늘하기로 유명한 캐나다 기온은 40도를 웃돌고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이 거대한 숲을 불사르는가 하면, 바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육지를 야금야금 삼키고 있다. 경제발전이 인류에 풍요를 안겼지만 이제 그 대가를 치르는 시간이 다가온 셈이다.

 

그동안 발전의 혜택에서 벗어났던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검은 대륙의 지리적 중심에 자리한 가봉은 내가 유소년기를 보낸 땅이다. 26만㎢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보다 조금 더 크나 인구는 200만명 남짓한 작은 나라다. 이번 달 정말 오랜만에 마음의 고향을 찾았다. 지난 40여 년 동안 수도 리브르빌의 인구는 20만명에서 80만명 규모로 4배나 늘었고, 도시 팽창으로 주변 정글 숲은 가차 없이 축소되어 있었다.

 

지구촌에는 인류의 숨통을 트여주는 두 개의 거대한 산소 공급원이 있다. 하나는 남미 아마존강 유역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중부의 열대림이다. 면적은 아마존 지역이 더 크나 아프리카의 밀림이 더 촘촘해 산소 공급량은 비슷하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산소 공급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봉이다. 열대우림은 풍부한데 인구 밀도는 낮은 덕분이다.

 

예를 들어 주변의 콩고민주공화국(8400만명)이나 카메룬(2500만)은 가봉에 비하면 인구대국이며, ㎢당 인구 밀도는 이웃 적도기니(47명)나 콩고(15명)가 가봉(8명)보다 훨씬 높다. 규모도 작고, 밀도도 낮은 가봉의 인구는 경제발전에 걸림돌이나 인류에게는 축복인 셈이다. 가봉은 국토의 10% 이상을 자연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정도로 친환경 국가전략을 채택한 나라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라는 표현이 잘 드러내듯 경제발전은 기본으로 자연 손상이 뒤따른다. 가봉은 지구의 마지막 생태 낙원을 보존하면서도 발전의 기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가봉 경제는 현재 석유와 목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앞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발전을 지속하려면 환경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

 

만일 가봉이 적도의 두바이나 카타르가 된다면 그것은 인류의 숨통을 막는 것과 같은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풍부한 자금으로 주변국의 노동력을 흡입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짓고 냉방장치를 갖춘 경기장에서 월드컵을 벌이는 환경 파괴의 잔치를 벌인다면 말이다.

 

다행히도 가봉은 난개발의 쉬운 길보다 생태 천국의 비교우위를 살리는, 어렵지만 현명한 길을 택한 듯하다. 천연 목재의 직접 수출을 금하고 제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수출을 가능하게 만든 선택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목재 산업의 고용 인구를 늘릴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목재 개발 자체를 제한하는 선택일 것이지만 말이다.

 

요즘 한창 부상하는 현장의 논쟁은 인간과 동식물의 공존을 둘러싼 다툼이다. 난개발이나 내전 등에 시달리는 주변 국가 코끼리들이 평화롭고 숲이 잘 보존된 가봉의 정글로 이주해 와 코끼리의 수가 현저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간의 삶터를 침범하는 일이 빈번하다. 사실 이러한 가봉 생태계의 복합 방정식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코로나 환자의 최종 보루가 산소 호흡기이듯 가봉의 열대림은 인류 숨통의 산소 샘이기에 말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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