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프리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1년은 아프리카 미래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해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은 조용한 변화가 지구 반대편에 있었다. 연초에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출범한 사실이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글로벌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사이 관심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지구촌 무관심의 본질적 원인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세계인이 부정적 시각에 있다. 실제 아프리카는 15세기부터 수백 년 동안 세계 경제에 노예를 제공하는 ‘저주 받은 대륙’의 역할을 수행했다. 19세기 유럽 식민 제국이 아프리카를 강점한 이후에는 유럽정치의 장기판으로 돌변했고 20세기에는 형식적 독립과 상관없이 자원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신흥 강대국 중국이 본격 약탈 경쟁에 가세하면서 아프리카는 여전히 탐욕의 과녁이다.
아프리카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경제 발전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50개가 넘는 국가로 독립하면서 대륙이 산산조각 났고 그나마 민족이 마구 뒤섞여 고질적인 정치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또 외세와 결탁한 집권 세력은 국가 발전보다는 개인적 치부에 열중하고 국가 조직도 보편적 부패라는 만성병을 앓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프리카의 미래에 비관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인류의 역사는 항상 놀라움을 선사한다. 백 여 년 전 누가 동아시아의 급속한 부상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리 멀리 가지 않더라도 불과 20년 전 중국의 엄청난 강대국 부상을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올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의 출범은 지역의 경제 성장 잠재력을 검토해 볼 수 있는 시의적절한 계기를 제공한다. 이번 FTA는 전쟁 중인 에리트레아를 제외하고 아프리카의 54개 모든 국가를 포함하는 거대한 계획이다. 기존에 동서남북 나뉘어 추진되던 시장 통합을 대륙 차원에서 한데로 묶겠다는 포부를 반영한다. 달리 말해 통합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동원하는 데 역량을 발휘한 것이다.
아프리카 시장의 인구 규모는 13억이 넘어 중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국과 비교하면 아프리카는 훨씬 젊은 인구 구성과 팽창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속 경제 발전의 동력은 항상 빠르게 불어나는 인구를 동반했다. 19세기 유럽이 그랬고 20세기 동아시아도 마찬가지다. 현재 인구 고령화와 축소에 속수무책인 동아시아와 달리 아프리카는 가장 중요한 고속 경제 성장의 조건을 충족한다.
게다가 발전의 잠재력은 항상 낮은 곳에 충만하다. 북미, 유럽, 동아시아는 현재 시장은 크지만 확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반면 아프리카는 대다수 빈민층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폭발적 잠재력을 지닌 모양새다. 청소년 인구가 나이를 먹으면서 중산층으로 진입할 경우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신천지가 될 수도 있다.
아프리카가 안고 있는 풍부한 자원은 양날의 검이다. 경제 발전의 밑천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정치 불안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전통적 침략자였던 유럽이나, 미국과 중국까지 가세해 자원 수탈에 나서면서 독재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국제기구와 강대국도 국제사회에 부는 부패 청산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며 아프리카 내부의 민주화 요구도 강화되었다. 앞으로 자원 소득의 보다 균등한 분배와 미래를 위한 투자는 성장 기관차를 가동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중대한 기로에 있다. 아프리카와 세계에 가장 이상적인 경로는 발전의 비행을 시작하여 세계 경제를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는 길이다. 유럽이나 동아시아처럼 역내 무역이 성장의 엔진이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로에 진입하는데 실패한다면 아프리카의 노동력은 미국으로 유럽으로, 동아시아로 향할 것이다. 고향을 등지고 타향에서 세계 자본주의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새 피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면서 말이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