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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쇠고기 대신 비둘기 고기를 택한 이유

    • 등록일
      2021-06-29
    • 조회수
      223

서구권선 환경 우려 항공 여행·육식 자제
東亞는 ‘목적지 없는 항공 상품’ 내놔 대비

지난 토요일 새벽 미국 미시간의 디트로이트 지역에는 불과 몇 시간 만에 1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수백 대의 자동차가 물에 잠기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사건은 지구 각지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의 심각한 징후 가운데 작은 조각일 뿐이다. 한반도도 최근 봄과 초여름에 줄곧 비가 내리고 폭우나 우박이 쏟아지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구촌은 폭탄 돌리기를 하듯 재난이 자신을 피해가기만을 기도할 뿐 심각한 이상 기후의 현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한 각 사회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세계 각국의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기 협약에서 탈퇴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다시 국제 협력의 틀로 복귀했다.

 

각 사회의 놀라운 차이는 개인의 수준에서 각별하다. 근래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유럽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개인 또는 가족 차원의 동참과 노력은 놀랍다. 한 친구는 다섯 명의 가족이 모두 바캉스와 같은 사적 여행에 이제부터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전한다. 출장 등 업무를 위한 여행은 피할 수 없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제트기 이용을 줄여 보자는 가족 차원의 서약인 셈이다.

 

비행기 이용을 자제하려는 노력은 극단적인 사례지만 엄청난 환경 파괴의 요인인 무역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일반적이다. 21세기 세계 경제란 단기적 이익을 좇아 거대한 공급 사슬을 만들어 놓은 결과다. 끊임없는 배와 비행기와 차의 수송을 통해 물자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과정은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선진국에서 무역을 피하고 현지 생산을 선호하는 운동이 벌어지는 이유다.

 

프랑스의 또 다른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갔더니 넓적한 소갈비 구이를 준비해 대접해 주었다. 그런데 대학생인 그 집 막내딸은 고기를 외면하고 다른 반찬만 먹는 것이었다. 신기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육류 생산 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이기에 고기 소비를 의식적으로 포기했다는 놀라운 답이 돌아왔다.

 

어릴 때부터 잘 알던 녀석이라 장난 삼아 “그럼 모든 고기를 거부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비둘기 고기를 먹는 것는 환경친화적이라 괜찮다는 더욱 신기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비둘기는 실제 대도시에서 너무 많이 번식해 문제를 일으키기에 식용으로 사용하더라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모양이다.

 

호기심이 발동해 비둘기 고기 맛이 어떠냐고 질문했더니 가족이 한목소리로 맛이 나쁘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 항공 여행 자제나 비둘기 고기 이야기는 나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솔직히 나는 비행기를 타지 않거나 육류 소비를 끊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유럽과 동아시아 사회 분위기의 차이를 충격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많은 의식적 시민들이 비행기 여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동아시아에서는 항공업계가 코로나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 ‘목적지 없는 비행기 상품’을 내놓았다. 또 환경 파괴적 축산업을 줄여 보려는 희생과 노력이 한창일 때 우리 사회에서는 항공 직송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호주산 와규를 선전하는 광고가 가득하다. 환경친화적 동양 문화와 자연 지배적 서구 문화가 물구나무를 선 듯하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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